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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궁즉통(窮則通)의 세상이치


포항제철의 신화 고(故) 박태준 회장이 가장 존경한 기업인이 일본 파나소닉의 창립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라고 한다. 두 분 모두 어려운 가정환경과 척박한 국가여건에도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으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궁박하고 절망적 처지를 딛고 성공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쓰시타는 자기가 못 배우고 병약하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까지 설파했다. 주역(周易)에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이 나온다. 막바지에 다다를 정도로 궁(窮)한 상황에 몰리면 어떻게든 새 국면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거쳐,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안정적 상태로 통(通)한다는 것이다. 주역의 세계관은 난관이 있어도 주저앉지 않고 새 길을 찾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이면 궁함이 반드시 통한다는 궁즉통의 철학을 제시한다. 농어촌의 시름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외 개방 파고로 농어업은 피폐화되고 가난하고 연로한 농어업인만이 남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물론 두려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고 해결책 모색이 쉽지 않은 궁박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조달러 무역국가 위상은 세계 시장을 향한 국민의 용감한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농업국가를 50여년 만에 산업ㆍ정보ㆍ민주 국가로 변모시킨 것이 궁즉통 정신이었다. 이제 FTA라는 도전 과제를 맞아 낙후된 농수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으로 탈바꿈하도록 발상 전환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그간 정부와 국회는 FTA 피해 보전 및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력을 갖추려는 농어업인의 의지와 이를 유도하는 제도 설계다. 단순한 피해보전은 능사가 아니며 독배가 될 수도 있다. 중국 고사에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말이 있다. 어느 농부가 벼 생육을 돕는답시고 싹을 뽑아 올리는 바람에 모두 말라 죽어 농사를 망쳤다는 얘기다. 뉴질랜드 농업이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한 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농업보조금 철폐 정책이 주효했다고 한다. 우리도 떠오르는 중국 시장을 배경으로 네덜란드나 덴마크와 같이 작지만 강한 농업 생산력을 갖춰갈 수 있다. 정부는 자기책임주의 확립과 도덕적 해이 방지를 통해 농어업을 수출지향적인 산업으로 키우는 제도를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요즈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귀농 희망자가 늘고 젊은 벤처 농어업인들이 하우스 딸기, 파프리카, 수산양식, 축산 등에 뛰어 들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 FTA로 도전받는 농어업이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자본, 기술, 인력 충원을 통해 낙후성을 극복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궁즉통의 세상 이치를 적극 실천하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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