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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다 잃은 MRO

중기지원 명분 조정강행 되레 구매비용만 높여<br>재벌계열사 떠난 자리 외국계 기업이 독차지


재벌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아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시행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조정이 되레 대다수 중소기업의 구매비용을 높여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재벌계열 MRO가 철수한 자리를 외국계나 비재벌 대기업들이 차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놓고 중소업계는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잘못을 고치는 데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모성자재 구매비용까지 늘어나 고사 직전이다. 대기업 MRO와 거래를 끊고 오프라인 중소 유통기업과 개별품목별 거래를 하다 보니 단가는 높아지고 업무는 많아져 효율성 저하와 비용증가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업체의 A사장은 "MRO 조정 이후 구매비용이 10~15% 더 늘어났다"며 "이익이 10%도 되지 않는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아울러 MRO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던 대기업을 쫓아냈지만 정작 그 자리의 대부분을 외국계와 또 다른 대기업이 차지해 "누구를 위한 사업조정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조달청은 기존 대기업 MRO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국내에서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미국계 사무용품 업체 오피스디포와 MRO 자재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오피스디포는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하는 연매출 12조원의 글로벌 거대기업이다.



또 인터파크가 삼성에서 인수한 아이마켓코리아(IMK)는 기존 대기업이 철수한 공백을 적극 활용, 지난해 매출 2조원을 기록하는 등 또 다른 대기업으로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결국 MRO 중소기업들은 사업조정으로 혜택을 받기는커녕 규제공백을 파고든 외국계 회사나 또 다른 대기업의 사업확장에 위축되는 모습이다.

MRO업계 관계자는 "MRO 사업조정은 부정확한 여론과 포퓰리즘을 좇아 정치인과 공무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산업 전체의 효율성과 편익은 따지지도 않고 사업조정 이후 대책도 없으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기만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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