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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의 경영미학] '번만큼 세금낸다'의식 몸에 배야
입력2000-03-10 00:00:00
수정
2000.03.10 00:00:00
돈버는 자랑하면 바보가 되는게 한국이다.「돈버는 것을 되도록 숨겨야 좋은 나라에서 자랑하고 다니는 놈이 다 있나?」이런 시각도 일리는 있다. 한국에서 돈 많이 번다고 자랑하면 손해다. 세금만 에누리없이 내야하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를 제외하고, 사실 한국에서 정직하게 수입을 보고하고 곧이곧대로 세금 내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FILA코리아를 시작한 92년부터 필자는 116억원을 벌어 그 중 50억원 이상 세금을 냈다. 회사는 1,200억원을 순이익으로 벌은 후 국세로 705억원을 냈다. 덕분에 3월 3일 국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필자와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는 바보와 바보기업인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번다고 떠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 일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돈을 많이 번다고 떳떳하게 떠들수 있는」그 자체에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에는 필자보다 돈을 많이 벌고 재산도 많은 사람이 무수히 있다. 하지만
그걸 자신있게 자랑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고 법을 지키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이다. 법의 허점과 틈을 비집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탈세하는 것을 절세라고 주장한다.
「절묘하게 세금을 절약하는 게 「절」세인 모양이다. 100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물고 적법(?)하게 몇조원의 자산을 자식에게 양도하는 재벌이 엄존하는 한국이다. 기업의 자산을 구입하면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그것으로 개인 세금을 내고 검은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재벌오너 아버지와 아들도 있다. 세무행정을 붕괴시키고 입법까지 방해하기 위해 로비를 하는 실정이다. 절세를 넘어 탈세까지 경계가 오락 거린다. 그런 재벌 오너 밑에 기업이 온전하기 힘들다. 임원이 그렇고 직원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국민 모두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변칙, 반칙, 탈법이 넘치는 세상이라는 국민의 탄식, 절망, 포기가 번지는 한국이다. 억울함과 불만이 쌓이고 갈등의 긴장이 존재하는 걸 느낀다. 권한도 없이 책임만 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치는 세상이다. 일반 사람들이 올바르게 널리 공감대를 형성한 의식이 바로 건전한 상식이다.
기본이 경시되고 건전한 상식이 무시되고 있다. 이래 가지고는 결코 미래가 없다. 기본을 지키고 건전한 상식이 존중되어야 한다. 존중된다는 것은 말뿐이 아니라 실천되어야 함을 뜻한다.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바로 너와 내가 모두 공존할 수 있다. 그것이 선진기업과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군인은 국토방위의 일에 전념하는 일. 학자는 연구하고 교수는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것. 법률가는 법을 수호하고 의사는 병을 고치는 일에 매진하는 것. 주주는 이윤을 추구하고 경영자는 경영에 몰두하는 일 등등이 순리이며 상식이다. 일부 군인이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해 왔고 일부 검사들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왔던 역사. 학자·교수가 걸핏하면 정치가와 권력의 앞잡이로 변신하는 것. 안다는 것과 가르치는 것과 실천과 조정은 다르다는 상식을 외면하는 일. 오너세습으로 전문경영을 짓밟는 「봉건경영」이 엄존하는 기업풍토. 이런 구습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국가경영이나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권위주의를 청산해야 한다. 모두가 최상의 상태에서 민주적이며 창의적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오만과 독선을 지양하고 계획과 합리가 물이 흐르듯 기업을 성장시키고 시장경제를 이루어나가야 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건강한 의지가 바로 건전한 상식일 것이다.
입력시간 2000/03/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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