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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나만의 레시피' 뜬다

소주에 홍삼 분말 더하고 와인에 맥주·탄산수 넣고

소비자 아이디어로 만든 신메뉴 칵테일 인기 뜨거워


30대 직장인 박성원 씨는 최근 회식 차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가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해밀톤 호텔 뒤 작은 골목에 밀집한 주점에서 유자맛 소주 '순하리 처음처럼'과 맥주 '카스'를 섞은 '스윗 비어' 메뉴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던 것. 옆자리 외국인 관광객들 조차 '유자맛 소맥'을 주문하는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박씨는 "기존에는 폭탄주나 칵테일을 직접 제조해 마셨는데 가게에서 개발한 과일맛 소주를 아예 정식 메뉴로 팔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 1~2년간 라면 시장을 강타했던 모디슈머 열풍이 최근 들어 주류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장에서 출고된 제품 그 자체보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더해 기존 제품을 변형시키는 데서 재미를 찾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아이디어 칵테일 문화가 유행하면서 주류 시장에서는 종류가 다른 제품 간 조합은 물론 술에 다른 식품을 가미한 칵테일까지 인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모디슈머가 확산되자 일선 음식점과 주점에서는 직접 개발한 '폭탄주 메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메뉴가 '홍주(사진)'다. 찬물에 녹여 마시는 분말 타입 홍삼 제품인 정관장의 홍삼쿨과 소주를 섞은 술로 경남제약 비타민과립 '레모나'를 탄 '비타민주'은 중장년층 사이에서 '건강주'라는 별칭을 얻었다.

소주와 매화수의 입구를 맞물려 세워놓은 모습이 마치 링거액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링겔주'도 대세로 떠올랐다. 14도인 매화수와 일반 소주를 1대1 비율로 섞어 순하면서도 향이 그윽해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인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도 맥주와 탄산수를 만나 색다른 술로 변신하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스파클링 와인과 맥주를 같은 비율로 섞은 '와맥'이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 한남동 등 와인 전문점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신메뉴로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와인에 탄산수를 섞어 음료처럼 마시는 순한 폭탄주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튜브·아프리카TV 등 인터넷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칵테일 제조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무학의 '좋은데이' 과일맛 5종을 셔벳 형태로 얼려 먹거나 과일을 갈아 넣어 진짜 과일 소주를 즐기는 각종 레시피 등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추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맥주, 양주가 주를 이뤘던 주류 시장에 과일과 소주를 섞은 저도주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온갖 재료를 활용한 술을 직접 제조해 마시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각 업체에서도 소비자들이 짝을 이뤄 찾는 주류들을 묶어 홍보하는 등 순한 폭탄주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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