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셋 에너지정책] 1부. 전력 밑그림 다시 짜라 <2> 왜곡된 전기요금

■ 코드를 뽑으면 경제가 웃어요<br>기름보다 싼 맛에 펑펑… 세제개편해 가격 역전 바로잡아야<br>농촌·공장 등 값싼 전기설비로 바꿔 수요 폭발<br>2005년이후 냉방부하 증가율도연20% 훌쩍<br>유류세 내리고 부가기금 올려 요금 현실화를

김균섭(오른쪽 두번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윤상직(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사장은'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일부 의원의 질의에"사실 지난주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오대근기자


우리나라에서 원가보다도 가격이 저렴한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농사용 전기다. 농사용 전기(갑)의 가격은 1kWh당 21원20전. 주택용 전기 누진제 중간구간(301~400kWh) 요금(209원90전/1kWh)의 10분의1 수준이다.

더욱이 농사용 전기는 다른 전기보다 생산원가는 더 많이 든다. 아파트나 대형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보다 농촌에 송배전 시설을 짓는 것이 더 어려운 탓이다. 결국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촌에 대한 정책적 배려로 만들어진 일종의 복지요금인 셈이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 보니 수요의 왜곡이 생긴다는 점이다. 비닐하우스나 축사 난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몇 년 전부터 상당수 농가가 관련 난방은 물론 김 건조기 등도 등유에서 전기로 바꾸고 있다. 기름 값보다 전기가 싸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에서 농사용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7% 수준인데 여기서만 한국전력의 손실이 1조원 가까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농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반 공장의 주물공장 용광로, 항만 크레인도 전기설비로 교체되고 있다. 값싼 전기로 한전의 손실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다.

◇시장논리와 따로 노는 전기요금=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이처럼 시장의 논리와는 별개로 만들어졌다.

똑같이 생산된 전기를 갖고 주택용ㆍ일반용ㆍ산업용ㆍ교육용ㆍ농사용으로 나누고 모두 다르게 가격을 매긴 것부터 원칙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시장논리로만 보자면 전기는 전압별로 가격을 매겨야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은 있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원가 보상률은 아직 9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정책 목표에 따라 설계된 전기요금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는 물론 큰 기여를 했다. 중화학공업과 대형 제조업이 육성될 당시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들에 싼 전기요금은 큰 혜택이었다. 해외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결국 왜곡된 전기요금의 체계를 수술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힘을 잃어버렸다.

◇가격 현실화 시기 놓쳐 수요 폭발적 증가=비현실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 체계는 2000년대 중ㆍ후반까지 개편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업과 가계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전기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설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전력의 수요예측을 잘못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싼 전기요금이 불러온 수요는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름철 냉방부하는 지난 2005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20~23%에 달한다. 2010년 기준 보급된 에어컨 숫자가 무려 2,000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초유의 전력위기가 찾아온 올여름 냉방 부하는 1,776만㎾로 전체 전력의 24%를 차지한다. 이는 원전 17기를 지어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산업부는 2011년 전기요금에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추진하며 요금 현실화에 나서기는 했다. 이는 발전연료의 가격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방식으로 원가를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관계부처 회의에서 물가 이슈가 결국 발목을 잡았고 아직까지도 연료비연동제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세제개편 통해 요금 현실화…수요 왜곡 바로잡아야=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 가격 왜곡 구조를 바로잡아 전기수요를 다소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차 에너지인 등유보다 1차 에너지를 가공해 만들어진 2차 에너지 전기의 가격이 더 싼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격구조에서는 정부의 수요 대책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발전설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이 더욱 커져가는 가운데 늘어나는 전기수요에 맞춰 설비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국민과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느냐다. 부실 원전의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왜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비판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산업부와 한전이 최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세제의 종합적 개편을 통해 에너지 가격 역전 구조를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도한 유류세를 내리고 전기에 붙는 세금을 늘리자는 것이다. 기름 값이 싸질 경우 전기요금이 비싸지는 것에 대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유류세는 과도하지만 전기요금에서는 3.7% 수준의 전력산업기반기금만 떼고 있다"며 "한전의 원가 회수율을 맞추는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수요 억제가 불가능하며 결국 에너지 세제 개편 등을 통해 국민들과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