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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결혼

■스테파니 쿤츠 지음, 작가정신 펴냄<br>사라질수 없는 결혼<br>사랑의 결실이냐 경제적 혜택이냐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 남편은 귀머거리이고, 아내는 장님이어야 한다.' '결혼은 가장 폭력적이고 가장 어리석고 가장 기만적이며 가장 덧없는 제도다.'… 결혼 만큼 수많은 잠언을 만들어 낸 말이 또 있을까. 흔히 결혼은 낭만적인 사랑의 결실이라 한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결혼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으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 행사는 더더욱 아니었다. 19세기 이전까지 결혼은 정치적인 거래이자 경제적 거래에 유용한 제도로 공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유력한 가문끼리 사돈을 통한 동맹 맺기, 재산 상속 등이 모두 결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결혼은 양가의 이해타산이 걸려있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이 낭만적인 제도로 바뀌게 된 전환점은 빅토리아 시대.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전쟁 이후 자유ㆍ평등ㆍ박애 정신이 전파되면서 결혼도 인권과 관련된 사적인 일로 정착됐다. 결혼이 사적인 영역으로 넘어온 지 200여년이 지난 지금 결혼제도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3쌍 중 1쌍 꼴로 이혼을 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0%에 달하고, 특히 20대 여성들 중 55.6%가 동거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제 결혼은 더 이상 절대적인 제도가 아니다. 결혼제도의 붕괴는 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서구에서는 20세기 말부터 이혼이 흔한 일이었으며,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성관계와 혼외 자식 출생이 빈번했다. 50여년간 결혼제도를 연구해 온 스테파니 쿤츠 미 에버그린 주립대 교수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헌과 통계자료 그리고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취합ㆍ분석해 결혼의 기원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 결혼의 발전 방향 등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그는 결혼제도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할까. 결혼의 형식이 변화를 겪을 가능성은 있지만 결혼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을 것으로 저자는 내다본다. 세금감면, 남녀의 업무 분담 혹은 맞벌이 등에 따른 경제적인 혜택을 무시할 수 없으며, 행복한 결혼은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발표 등 건강과 정서적인 면에서 결혼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오늘도 평균 800쌍에 이르는 부부가 혼인 서약을 하고 결혼식장을 나오고, 이혼한 부부보다 이혼하지 않고 사는 부부가 더 많다. 결혼이 주는 장점이 아직은 더 많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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