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파원 칼럼] 메르스, 삼성탓만인가


"한국 경제의 면역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7일 중국 경제일보, 신경보, 중국신문망 등에 나란히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언론들은 차분하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국 경제와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8일 현지 언론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중국시보·장강상보 등의 매체에 오른 기사의 타깃은 다름 아닌 '삼성'이었다. 기회다 싶을 정도로 한국 매체를 인용해 삼성서울병원 문제를 삼성 전체의 경영위기로 앞다퉈 확대 해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삼성이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기업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심지어 '생명보다 돈이 우선(要錢不要命)'인 기업이라는 마구잡이 식 비난까지 퍼붓고 있다. 작정하고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메르스 사태의 전개와 수습이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데칼코마니처럼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여론은 유병언 일가의 파렴치한 욕망에 치를 떨며 분노를 토했다. 도주에 자살까지, 한편의 범죄수사극은 전 국민의 시선을 빼앗아 버렸다. 메르스 사태의 수습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삼성이 뒤늦게 전면에 등장했다. 이제 여론은 삼성서울병원의 관리 책임을 물어 삼성에 뭇매를 가하고 있다. 세월호는 유병언 탓이고 메르스는 삼성 탓이라는 식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까. 여론의 집중포화를 순간은 비켜 갈지 모르겠지만 결국 리스크 관리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 특정병원에 책임 미룰 때 아냐

삼성을 두둔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분명 메르스 사태 확산에는 일선 병원들의 부적절한 대처가 한몫했다. 한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안이한 대처는 삼성병원발 메르스 확진 환자만 전체 확진 환자의 절반이 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의료계의 거대 권력이 돼 이번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초기 삼성서울병원을 감싸고 돌았던 정부의 태도도 이 같은 상황을 부추겼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메르스를)일찌감치 파악했고 삼성병원도 충분히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여튼 그동안 계속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삼성이 환자를 관리했다는 건지 정부가 관리를 했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이런 모호한 말로 얼버무리며 삼성을 감싸고 돈 것이 특정 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확대시켰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을 특정병원 한 곳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병원마저 이렇게 허술할 정도라면 이건 개별 의료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방역시스템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보여주기 식 땜질 처방에만 급급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관광객 급감에 내놓은 1억원 보험 대책이다. 이 대책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또 다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웨이신에는 이번 대책을 놓고 "이기적인 한국인, 돈이면 다 되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남대문·동대문 시장이 텅 비었다고 해서 이런 식의 대책은 한국에 대해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남아 있는 호감마저도 사라지게 한다.

신뢰회복 위한 실질적 대책 내놓길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위기대처 능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신속한 정보공개와 관리를 통해 더 이상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병원들의 책임이라면 정부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6월 말까지 종결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을 하고 여름 성수기에 중국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알맹이 없는 모호한 대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지난 12일 베이징 국제전람관에서 열린 국제환경전시회. 한국 중소기업 중 한 업체는 아예 관람객들에게 먼저 마스크를 나눠주고 자신들도 마스크를 쓰고 설명을 했다. 지나친 행동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업체 사장은 "불안한 마음부터 잡아야 제품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의 수습은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정부가 특정병원이나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며 뒤로 숨을 때는 아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