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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월 6일] 외환보유액 과다논란 성급하다
입력2010-05-05 17:17:31
수정
2010.05.05 17:17:31
지난 4월 외환보유액이 사상최대 규모인 2,788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외환보유액 증가로 원화환율 하락과 수출경쟁력이 저하되고 해외 부문에서 통화증발이 초래돼 물가불안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적정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국제적으로 금융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에서 단기성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 과다논란은 성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적정보유액에 관한 과거의 잣대를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1997년 말과 2008년 두 차례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겪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4월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65억4,000만달러가 불어 2,788억7,000만달러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보유증권의 이자와 매매차익 등 운용수익과 함께 원화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보유가 늘어난 결과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 대외결제 능력이 커져 국가신인도가 제고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환율ㆍ물가ㆍ통화관리 등에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경험한 대로 외환ㆍ금융위기에 따른 엄청난 국가경제적 손실에 비춰보면 외환보유액에 따른 얼마간의 비용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부도 사태와 같은 최악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웬만한 악재가 불거져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외환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의 처지에서 3,000억달러도 안 되는 외환보유액을 놓고 과다논란을 빚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현재의 외환보유액 중에는 국내 주식과 채권투자를 위해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의 단기성 자금이 적지 않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가 급증한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왔을 것이다. 이런 단기성 자금은 수익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2,788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 과연 과다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부충격을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외환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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