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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고물량 눈덩이] 수출까지 비상등 엎친데 덮친격

끝 모를 내수침체의 여파로 전 산업계에 재고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가 상승, 원화가치 급등, 고유가 등 `3고(高)`로 비틀거리는 우리경제에 산업재고 누적은 자칫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자동차 수출이 주춤하고,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처리가 지연되면서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재고누적을 가중시키고 있다. ◇21개월째 재고 증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600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월 산업재고 경기실사지수(BSI) 실적은 기준치인 100을 웃돌아 108.9를 기록했다. 재고실적 지수가 100을 넘으면 산업재고가 전월에 비해 늘어났음을 뜻한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이로써 600대기업의 산업재고 실적은 지난 2002년 5월이후 21개월 연속 수치가 100이상을 기록했다”며 “국내 경기침체가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148)ㆍ섬유(145)ㆍ건설업(121.2) 등의 재고는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1월 자동차 내수재고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8만대를 넘어섰다. 현대ㆍ기아ㆍGM대우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내수재고물량은 지난해말 현재 7만5,142대로 적정재고수준(5만여대, 15일치 판매물량)을 크게 상회했다. 또 올들어 1월 한달간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가 판매대수를 1만 여대 웃돌아 내수재고는 단숨에 8만대로 늘었다. 코오롱ㆍ방림방직 등 섬유업종의 창고에도 재고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섬유업체들의 고민은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품질유지를 위해 공장가동을 멈출 수가 없다는 것. 한 관계자는 “2년이 넘도록 내수경기가 풀릴 기미가 없으나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활황에 대비해 일정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며 “쌓여가는 재고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수출까지 `빨간불`= 산업재고의 누적은 그 동안 `내수부진`이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호조를 보이던 수출에도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원화가치의 절상, 국제원자재 가격 및 원유가격의 급등으로 수출경쟁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는데다 한ㆍ칠레 FTA협정의 처리까지 지연되면서 수출전선에는 `비상`을 알리는 경보음이 커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내수침체에 수출 길까지 막혀 산업재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1월 자동차 수출은 13만8,000대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31.9%나 감소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해외재고가 적정 수준인 3.5개월 치로 꽉 차오르는 등 비상등이 켜졌다”며 “그 동안 내수재고 부담을 덜어주던 수출선적 증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획기적 내수진작 시급 = 산업재고로 오랜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업계는 “무엇보다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극심한 내수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자동차업계는 특별소비세 폐지 등의 강도 높은 소비 진작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허 완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지금 자동차 내수시장은 회생시기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의 침체에 빠져 있다”며 “차 값을 5~10% 인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자동차 특별소비세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최근 `접대비 상한 제시` 등을 보면 소비진작에 적극 나서야 할 정부의 정책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기회생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경기 진작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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