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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先) 기반시설 설치, 후(後) 주민입주"
지난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획조정실에 이지송 LH 사장의 특명이 떨어졌다. 올 들어 남양주 별내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기반시설 조성이 미흡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입주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조속히 대책을 수립하라는 지시였다.
이 사장의 지시에 따라 3월 말 강성식 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입주지원대책단이 본사에 꾸려졌다. 대책단은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지원반과 별내ㆍ삼송반, 김포한강반, 세종ㆍ혁신반, 청라ㆍ영종반 등 각 신도시ㆍ택지지구로 나뉘어 5개 반(班)으로 구성됐다. 유환태 기획조정본부장, 김동인 보금자리본부장, 성증수 녹색도시본부장, 이기호 산업경제본부장 등 본사 임원들이 반장으로 임명됐다. 각 현장 사업단에도 주민콜센터 등 입주지원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주민 민원을 청취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본사 지원반은 각 현장 사업단의 지원 업무와 공사 진행 상황을 총괄 점검한다.
현대건설 재직 때부터 '현장 경영'으로 유명한 이지송 사장은 대책반을 꾸리면서 "입주를 앞둔 현장 하나 하나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별내신도시와 고양삼송지구에 각각 3차례 방문하는 등 지난 달에만 9차례나 신도시 건설ㆍ입주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말에는 청라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 김포한강신도시를 하루에 모두 돌았다.
이 사장은 "20년 전에 개발된 1기 신도시의 경우 입주민들이 초기 불편을 감수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2기 신도시 입주민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단 1명이 입주했더라도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 LH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김포 한강, 남양주 별내 등 5개 신도시에서 3만5,95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별내신도시에는 올 1월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600여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고양 삼송지구 역시 상반기에 610가구가 첫 입주하고 영종하늘도시도 7월부터 9,403가구가 순차적으로 집들이를 시작한다.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는 특성상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채 갖춰지기 전에 주택 공급과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첫 입주 후 1~2년 동안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입주민 입장에서는 당장 생활이 불편하니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져 상업.의료시설 등 편의시설이 미비한 지역에서는 입주 거부 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LH는 도로ㆍ상하수도ㆍ조경 등 각종 기반시설 공사를 조기에 마무리하는 한편 한국전력ㆍKT 등 유관기관과 입주대비협의체를 운영해 전기ㆍ통신ㆍ지역난방ㆍ도시가스 등이 입주 전에 공급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학교ㆍ동사무소 등 공공편익시설은 국토해양부ㆍ지방자치단체ㆍ지역교육지원청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통해 조기 설치를 추진하고 설치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통학버스 운영, 임시파출소 설치 등 보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입주민의 생활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입주 초기에 부족한 상가ㆍ병원ㆍ약국 등 주민편익시설은 LH가 직접 이동식 상가를 설치하거나 지원할 계획이다.
별내신도시의 경우 버스 2대를 임차해 초등학생 통학용으로 지원하고 있고, 임시파출소를 지어 순찰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남양주보건소와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고, 버스 증차를 위해 운수업체와도 접촉 중이다. LH 남양주사업단은 별내신도시 입주민들과 함께 지난 달 23일 '봄맞이 청정 별내 가꾸기' 행사를 갖고 시내 곳곳에서 정화활동을 벌일 정도로 신뢰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박계완 LH 남양주사업단장은 "상반기 중으로 조경, 쓰레기처리장 등 모든 기반시설 공사를 끝내고 병ㆍ의원과 약국 등 편의시설이 빨리 입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주민들이 불편해 하는 부분을 당장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의견을 듣고 조기에 처리하려는 모습을 통해 믿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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