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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누가 표절을 말하나


세상 모든 분야에는 전문가가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는 물론이고 스포츠를 볼 때도 전문해설가가 매 경기, 매 순간을 설명해주고 미술관을 가도 큐레이터가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설명해준다. 그런데 이 '전문가와 일반인'의 구분이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급격히 희미해진다. 주말연속극을 보면서 작가와 감독에 대해 평가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나 가요 순위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돌의 신곡과 안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 그지없다.

얼마 전 문제가 돼 아직까지도 각종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는 로이 킴의 표절시비만 봐도 그렇다. 처음 노래가 나와 각종 차트 1위를 차지할 때만 해도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더니 또 다른 곡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이번에는 한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확산되고 있다.

이 경우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의혹 제기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전문가의 경우 의견을 얘기할 때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분야에서의 전문성 등을 담보로 하기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전문가, 그러니까 인터넷에 그런 표절 의혹을 밝히기 위해 글은 물론이고 영상 편집까지 해가며 열심인 그들에게서 전문가에게 따르는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사이버 세상이 늘 그렇듯 의혹을 제기할 때는 용감하지만 그런 의혹에 대한 근거를 밝힐 때나 혹은 자신의 주장을 굽혀야 할 때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또 한가지, '표절이다, 표절이 아니다'주장하는 많은 사람들 중 과연 몇 명이 로이 킴과 어쿠스틱 레인의 앨범을 제값 주고 사서 들었는지 묻고 싶다. 표절 이슈에 불법음원 내려받기를 들이대는 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저작권자에 대한 권리 인정과 존중이라는 점에서 그 출발점은 결국 같은 문제 아닐까. 수십년간 한식을 먹어왔다고 모두 '한식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듯이 수십년간 음악을 들어왔다고 '음악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음악 애호가'정도가 적당하겠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자. 자신의 선택이 대중적이지 못할 수 있는 것만큼 자신의 지적이 전문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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