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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과도"… 규제의 칼 다시 뽑았다

은행 선물환 440억달러 중 올해에만 130억달러 증가<br>외채 늘어 건전성 악화 우려 포지션 추가 축소할 수도


환율강세가 이어지자 외환감독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폭도 지난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규제의 양 날개를 동시에 폈다.

무차별적으로 들어왔다가 빠져 나가는 외국인 핫머니의 성격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에 대해 투자 목적을 알리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다. 들어올 때부터 '꼬리표'를 붙이고 들어오도록 해서 국내 시장을 현금입출금기(ATM)처럼 이용하는 외국 자본을 사전에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외환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도 외국인이 투자전용계정을 개설해 국내시장에 투자하고 있지만 주식ㆍ채권 등 투자목적이 구분돼 있지 않아 신속한 파악이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재 시스템으로도 투기자본을 알 수는 있지만 '위장'을 통해 들어오는 핫머니는 규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외환당국이 두번째로 추진 중인 방안은 '전가의 보도'로 사용했던 선물환 거래에 대한 특별검사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은행에 대한 외환공동검사와 관련해 외환당국은 "오비이락일 뿐 당초 계획됐던 검사"라고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움직이기 위한 명분 찾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은과 금감원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최근 은행의 선물환 거래 총액이 빠르게 늘었다는 부분. 실제로 현재 은행의 선물환 총액은 440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올해 130억달러가 늘었다. 선물환은 미래 환율을 미리 확정 지어 놓는 계약으로 선물환 포지션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의 비율을 뜻한다.

환율에 대한 영향 이외 선물환 포지션 규모가 커지면 은행의 외채 증가 등 건전성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점검도 필요하다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현물환 자산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면서 "거시적으로 외채가 늘어날 수 있고 유동성 위기가 오거나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할 때 외화가 부족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제어해보자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과 금감원은 동시에 외화구조화상품의 증가에 따른 선물환 포지션의 문제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국내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는 122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한은이 선물환 규모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반면 같은 기간에 선물환 매입은 27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3ㆍ4분기 중 국내 기업의 선물환 거래는 152억달러 순매입을 기록했다. 수출둔화에 따른 영향도 작용했지만 기업들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선물환 매도에 주춤했던 수출업체들이 환율하락을 계기로 선물환 매도에 나서면서 재차 환율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서는 외환감독당국이 선물환 포지션의 추가 규제 등의 카드도 꺼낼 수 있다. 현재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외국은행 국내지점 200%, 국내은행 40%다. 당국은 지난 2010년10~11월, 지난해 4~5월에 외환공동검사를 실시한 뒤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0% 축소한 바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선물환 포지션을 포함한 거시건전성 규제조치를 당장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다. 새로운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며 "이른바 3종 세트 조치의 성과와 보완방안 등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연구하는 단계로 이것이 조만간 실행을 염두에 둔 조치라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추가 규제강화 여부는 외환공동검사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검사를 한 결과 포지션 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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