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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업 코리아] 1부: 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5> 조세정책 틀 다시 짜자

설익은 증세론 그만… 경제위기·고령화에 맞춰 큰 그림을<br>법인세 감세 기조 유지해 투자 독려→성장 유도 바람직<br>소득세 '넓은 세원 낮은 세율' 합리적 개편 방안 모색해야<br>부가세율 당장 올리기보다는 인상 필요성 국민 설득 선행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대영제국이 미국 땅을 잃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섣부른 세금 정책 때문이다. '보스턴 차 사건'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묻지마 식 세금 정책은 격렬한 조세저항을 가져왔고 결국 미국의 독립을 앞당겼다.

조세 정책은 한 나라의 존폐를 가름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선거 때마다 세금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가 주요 쟁점인 가운데 정치권은 표심을 잡기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표적으로 설익은 증세 정책을 남발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차기 정부가 맞닥뜨린 우리 경제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잠재성장률은 3%대까지 추락했고 세계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기 정부는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세 정책을 통해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조세 전문가들은 매년 뜯어고쳐 누더기를 만드는 세제가 아닌 단기적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는 큰 틀의 조세 정책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법인세 감세기조 유지… 민간 투자 적극 살려야=2011년 말 기준 우리나라 법인세 총 부담액의 86%가량은 소득 상위 1% 대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1% 대기업인 4,600여개 기업은 평균적으로 71억원의 세금을 낸다. 반면 적자 등으로 법인세를 아예 안 내는 기업이 46.2%로 절반에 가깝다.

우리 법인세수에서 이처럼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것은 중소ㆍ중견ㆍ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균형 있는 발전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아쉬운 현실이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도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정부가 법인세를 높일 경우 이미 법인세 부담을 거의 짊어지고 있는 대기업의 세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이를 통해 당장 세금이 더 걷히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대기업마저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대기업이 세율이 더 낮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세수기반이 급속히 악화된다. 법인세를 올리면 근로자 임금 하락, 주주 배당금 감소, 제품 가격 상승 등을 통해 근로자ㆍ주주ㆍ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법인세 감세 기조를 유지해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며 성장을 유도할 때라고 강조한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은 "우리나라보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도 법인세의 경우 감세 기조를 유지하며 경제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기업에 부담된 준조세가 많은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합리적 소득세 필요=선거 기간 정치권에서 논의된 소득세 개편은 오로지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97년 만들어진 소득세 과표구간의 낡은 틀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고 과표구간만 조정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근시안적 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새 정부가 만들어갈 소득세 개편에서 중요한 점은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도 중요하지만 최고 세율 구간 아래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절할지 틀을 잡는 문제다.

현행대로 과표구간별 세율을 정해놓으면 물가상승에 따른 중산ㆍ서민층, 월급쟁이의 실질 세 부담은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년 새 물가는 65%나 뛰었지만 과표구간 상단은 10% 조정되는 데 그쳤다.

이번 기회에 과표구간 조정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시켜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19개 국가가 물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이나 되는 현실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원칙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세제개편 때마다 조금씩 뜯어고치는 누더기 소득세는 국민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

◇부가세 인상 국민 설득 방안 마련해야=법인세 감세를 통해 당장 기업의 투자를 독려한다 해도 고령화 등에 대비한 복지 재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법인세율 상승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세 전문가들은 점진적인 부가가치세 상향 방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1977년 도입된 부가세는 1988년부터 24년째 10%다. 우리 부가세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낮다. 복지를 중요시하는 대다수 유럽 국가는 20% 이상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재정이 안 좋을 때나 복지재원이 필요하면 부가세를 이용하고 법인세율은 낮추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가세율을 현행 10%에서 2%포인트 올리면 연평균 15조원의 세수 효과를 거둬 가장 확실한 복지재원 확충 방안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부가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데다 국민 대다수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성명재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부가세가 역진적이라는 오해를 풀어야 하고 최근 유럽 국가가 왜 부가세를 올리고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당장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인상할 중장기 계획을 정부가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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