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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어바인·웨이하이市의 기업유치

서정명 <뉴욕 특파원>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어바인시(市)를 방문했다. 어바인시는 인구 17만명의 작은 마을에 불과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드ㆍ다임러크라이슬러ㆍ도요타ㆍ닛산ㆍ현대차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연구개발 시설과 디자인 센터를 두고 있다. 철저하게 환경오염 위험 기업은 배격하면서 나노ㆍ바이오ㆍ이동통신ㆍ반도체 등 하이테크 기업을 끌어들여 전체 산업의 90%를 첨단업종으로 채우고 있다. 20개 이상의 대학은 우수한 인력을 이들 기업에 공급하고 시 정부와 기업들은 대규모 펀드로 대학의 연구장비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탄탄한 산ㆍ학협력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을 끌어들인다. 시 정부와 상공회의소, 공공단체들은 미국에 진출한 해외방송 기자와 신문사 특파원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어바인 알리기’에 나서고 있고 매년 50달러만 내면 사업자등록증을 발부하는 등 기업들이 서류작업에 골머리를 썩지 않고 편안하게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그들은 이제 벤처산업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 타도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초 중국 산둥(山東)성에 있는 웨이하이시(市)를 찾았을 때도 그들의 한국 기업 유치노력에 감탄한 적이 있다. 공무원들의 한국 기업 유치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해 경쟁구조를 만들어놓았으며 해외 기업당 전문인력을 배치해 공장설립ㆍ통관ㆍ세금ㆍ생산ㆍ물류 등에 문제가 생기면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밀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앙정부와 별도로 시 자체적으로도 토지 무상제공 등 특혜정책을 앞세워 외국 기업 끌어들이기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웨이하이시에 진출한 해외 기업 중 절반가량이 한국 기업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경기도를 포함해 많은 지방자치단체 단체장들이 미국 기업을 하나라도 끌어들이기 위해 뉴욕을 찾아온다. 이들 단체장들은 하나같이 중앙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과다한 서류제출, 더딘 의사결정, 정치의 당파성 등으로 미국에서 성사단계에 있었던 협상마저 한국에 돌아가서 일을 진행하면 무산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해외 기업 유치를 목청껏 외치고 있는 정부의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는 얘기다. 시장개방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해외 기업뿐 아니라 외국 병원과 대학교, 법률회사, 부동산 개발회사 유치에도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세계 경제는 ‘기업 유치’라는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거창한 미사여구로 기업 유치를 부르짖기보다는 해외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투자자를 반기고(親商), 투자자를 배려해주고(愛商), 투자자가 돈을 벌게끔 도와주고(富商), 투자자를 보호해주는(扶商) 것을 철칙으로 삼는 웨이하이시의 기업 유치정책을 이제는 겸손하게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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