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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관령의 최저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 등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추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올 겨울이 추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전망에 따라 앞으로도 이 같은 깜짝 추위는 자주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히 추워질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질환들이 있다. 추위로 혈관과 근육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 등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고혈압ㆍ뇌졸중 등의 뇌혈관 질환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또 치질 환자들도 증상이 더욱 심해져 평소보다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찬바람 불면 치질 증상 악화돼=땀을 많이 흘리고 찬 음식을 자주 먹는 여름철에도 치질이 나타날 수 있지만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재범 대항병원 치질클리닉 과장은 "날씨가 추워지면 수축된 피부와 근육이 항문 근처의 모세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치질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며 "날이 추워지면서 운동량이 적어지거나 샤워나 목욕을 하는 빈도가 여름철보다 줄어들어 위생적인 면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치질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치질은 누구에게나 잠재된 질환인 만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숨어 있던 치질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위 속 치질을 예방하려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외부 화장실 등 추운 곳에서 볼일을 볼 때는 5분 이상 되지 않게 하고 평소보다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찬 바닥에 오래 앉지 말아야 하며 춥더라도 매일 30분 이상은 조깅 등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수시로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피로와 스트레스, 음주, 수면 부족도 치질 악화의 또 다른 주범이다. 특히 술을 마시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류량이 증가해 치핵 부위의 출혈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추운 날에는 음주량을 줄이거나 자제하는 것이 좋다. 평소 치질이 있다면 가급적 겨울에는 음주를 삼가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한 치질의 경우 땀이 많이 나 수술 후 관리가 어려운 여름보다는 겨울이 수술 적기인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이 과장은 "치질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가 중요해 수술 후에는 3~5일 정도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겨울은 상대적으로 수술 부위가 건조해 쉽게 덧나지 않고 사후관리가 쉬워 치질 수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환자 약 복용 철저히 하고 적당한 운동해야=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해 혈압이 상승할 위험이 높고 이로 인해 심근경색 등 돌연사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평소보다 운동량이 줄어 혈액순환도 더뎌져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의 위험도 높다. 김미영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은 추워지면 특히 더 혈압약 복용을 철저히 하거나 혈압을 자주 재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외출 시에는 신체 보온에 주의해야 하고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추운 날씨라고 집안에 너무 웅크리고 지내는 것보다는 기온이 올라간 낮 시간에 산책과 체조를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 자주 더운 목욕을 해 신체 구석구석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냉온 교환 목욕은 피해야 한다. 추위가 닥치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음식 섭취량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홍석 고려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짠 음식을 적게 먹고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고혈압 환자들은 겨울철 김ㆍ해파리ㆍ미역 등의 해산물과 사과ㆍ토마토ㆍ포도 등의 과일, 부추ㆍ오이ㆍ시금치 등의 채소류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고혈압 환자의 경우 추운 곳에서 오래 머물다가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는 경우 일시적으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며 심하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춥다고 서두르기보다는 서서히 실내 온도에 적응할 수 있게끔 여유를 가지고 실내로 들어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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