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신용카드사들과 대형가맹점들이 수수료율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일부 대형가맹점들은 수수료 협상을 타결했지만 통신업ㆍ항공업ㆍ병원업 등은 마지막까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카드업계는 일단 법이 시행되는 22일부터 기존에 통보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추후 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이 확정되면 정산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새로운 카드수수료체계 적용에서 제외되는 특수가맹점으로 주유소, 대중교통, 전기ㆍ수도로 한정했다. 항공업계 등이 특수가맹점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법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추가 지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240만개 가맹점 중 200여개 대형가맹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맹점들이 수수료 협상을 마쳤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약 200만개 영세가맹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조정을 마쳤고 그대로 유지되는 34만개 가맹점들도 큰 잡음이 없었다. 세탁소의 경우 1만2,000개 가맹점 중 99.2%에 달하는 1만1,900곳의 수수료가 낮아졌다. 이외에도 음식점(49만5,000개, 84.8%), 화장품점(6만4,000개, 98.5%), 미용실(7만4,000개, 97.4%), 의류점(12만개, 95.2%), 실내장식업체(2만개, 95.2%)도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또 연매출이 2억원을 간신히 넘은 가맹점에 대해서는 1년6개월 동안 최소수수료율(1.5%)을 적용해 충격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대상 가맹점이 전체의 83%에 달한다"며 "매출액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에 인하 혜택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수료가 평균 2% 안팎으로 오르는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234개 대형가맹점이다. 특히 통신ㆍ항공ㆍ병원업계는 카드사들이 산정한 수수료 기준 공개, 특수가맹점 지정 등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 이견이 워낙 커 현재로서는 22일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 짓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일단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하고 협상을 계속 진행하면서 추후 수수료를 정산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마진을 약간 줄이고 대형가맹점들은 비용을 좀 올리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상생하자는 게 개정안 도입의 취지"라며 "끝까지 수수료 인상을 거부해 카드결제 불가 등 소비자불편을 초래하는 가맹점들은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대형가맹점과 카드사들의 협상 타결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최근 현대ㆍ기아차, 르노삼성, 유니클로 등이 국민카드와 협상을 마쳤다. 독점특약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카드와 코스트코도 기존 0.7%에서 1%대 후반으로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회사 간 수수료협상 결과에 따라 다른 대형마트들의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가맹점들과는 적격비용에 최소한의 마진을 붙인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되고 있다"며 "가맹점과 카드사 모두 결제불능 등으로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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