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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연평해전'

대~한민국 붉은 함성의 그날… 영웅들의 심장은 더 뜨거웠다


월드컵으로 들끓던 2002년 6월… 북한 경비정 기습공격 맞서 싸운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스크린에

치열한 30분간 해상전투 생생… 나머지 90분은 밀도 약해 아쉬움


현대사의 아픔 중 하나로 기억되는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연평해전'이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2연평해전은 월드컵 4강 신화로 전국이 들끓었던 2002년 6월 29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해군의 참수리 고속정을 기습 공격한 사건을 말한다. 30분간의 치열한 격전 끝에 참수리 357호는 침몰하고 우리 군 6명이 전사, 18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을 영화로 담아낸 의도는 명백하다. 이 치열한 전투를, 이 숭고한 희생을 잊지 말자는 것.

후반부 30분가량 펼쳐지는 해상전투는 감독의 의도가 함축된 영화의 핵심이다. 실제 전투시간과 비슷하게 전개되는 장면은 비주얼적인 면은 물론 감정적으로도 관객의 가슴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투 장면이 묘사하는 것은 숭고한 영웅담이라기보다는 처절한 실패에 더 가깝다. 북한이 쏘는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아직 미숙했던 우리 청년들은 속수무책 당한다. 영화 속 어린 전사들은 진짜 총알이 자신들을 겨냥해 발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패닉에 빠져 버리는가 하면 공포에 질려 욕설을 내뱉는 일 밖에는 하지 못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임무를 다하는 이들이 있다. 많은 피를 흘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조타기를 놓지 않기 위해 아예 자신의 손을 핸들에 묶어버린 한상국 하사(진구 분). 턱없이 부족한 치료 도구를 든 채 그래도 전우를 구하겠노라며 사방을 뛰어다니는 박동혁 상병(이현우 분), 죽어가는 중에도 끝까지 함정을 지키려 애쓰는 윤영하 고속정장(김무열 분). 그들의 고군분투는 안타깝고 눈물겹다.

다만 이 해상전투를 제외한 나머지 1시간 30분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아쉬움만을 남긴다. 영화의 전반부는 제2연평해전이 발발하기 전 전우들이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주력하지만, 최대한 많은 개별 인물들에 조명을 비추고 싶었던 과욕 탓인지 드라마가 지나치게 분산된다. 밀도가 떨어지는 다소 지루한 전반부로 인해 후반 해상전투에서 얻을 수 있는 폭발력 또한 약해졌다.

무엇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 오히려 영화의 여러 약점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다. 여러모로 눈치를 봤다는 느낌이 역력한 데다 말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함으로써 이야기 자체가 어정쩡해졌다. 이를테면 영화는 적이 먼저 공격하기 전까진 차단기동(밀어내기 작전)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라는 교전지침이 피해를 악화시켰음을 여러 차례 암시하면서도 그 부분을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전이 벌어진 후에도 아랑곳없이 축구경기를 보러 일본을 방문했다는 장면을 굳이 넣었지만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제작진은 변명한다. 해상전투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슬픔과 분노가 싹 트는 순간 어설픈 영웅주의적 시각으로 이야기를 봉합하는 것 또한 찜찜함을 남기는 구석이다.

이 영화의 의도가 아름답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만으로 다소 아쉬운 만듦새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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