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자동차를 포함한 대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우리는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미국에 투자하고 4년 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1000억 달러어치 구매하기로 했다. 2주 내 한미 정상회담도 개최하기로 해 대미 정상외교의 시계도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30일(현지 시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우리 협상단은 백악관에서 약 3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협상을 갖고 이 같은 방안에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출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대미 관세를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며 “한미 동맹이 더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월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4월부터 적용 중인 자동차 관세 25%도 15%로 내리기로 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
반면 우리는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와 1500억 달러의 조선 협력 펀드를 조성한다. 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가 반도체·배터리·바이오·원자력 등 전략산업에 투자되며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결정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같이 출자와 대출·대출보증으로 이뤄진다. 조선 협력 펀드는 한국이 주도해 투자가 집행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내가 대통령으로서 선정한 투자에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제공한다”고 언급해 3500억 달러 전액이 미국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미국이 투자할 수 있게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 중 90%의 이익은 미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던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자동차·트럭·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고 우리도 향후 검역 절차를 개선하기로 한 만큼 사과, 블루베리,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은 수입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도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액수는 향후 2주 내 이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새 대통령에게 선거 승리에 대해 축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환율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지만 한미 재무 당국 간 별도의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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