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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숙원사업…'비즈 프렌들리' 구체화 최저자본금제 없애고 회사 설립절차도 간소화시민단체 "기업투명성 악화" 반발 만만찮을듯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기 전 인사말을 하며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법무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은 현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코드와 일치한다.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제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양벌규정 폐지, 주주총회 간소화 등은 수 년 전부터 재계가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온 것들이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제 등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기업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찮아 논란이 예상된다. 불법ㆍ폭력집회, 정치파업 등에 대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도 올 여름 임금협상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을 앞두고 노동계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이어서 노정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지배권 강화=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제 등 경영권 방어수단은 대기업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지난 2004년 SK와 국제 투기자본인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2006년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 이후 본격 논의됐으나 반대 의견이 많아 현실화되지 못했다. 학계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은 '주주가 아닌 회사의 경영진을 보호하고 재벌총수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말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비용이 커지면서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사실상의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정부ㆍ지식경제부 등 관련부처와 논의한 결과 경영권방어제도 도입 여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상장기업 중 400여곳에서 포이즌 필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도 S&P500 기업 중 절반가량이 포이즌 필을 도입했다. 스웨덴ㆍ핀란드ㆍ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차등의결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여전히 이들 제도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도성 증권연구원 원장은 "경영권 방어장치는 무능한 경영진까지 보호 받는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영미계 국가에서는 경영권방어제도가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점차 폐지하는 추세"라며 "경영자에 대한 감시 및 규율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이 제기돼온 '양벌규정'의 폐지도 추진된다. 회사의 감독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양벌규정이란 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회사가 무과실책임을 지도록 한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보건범죄단속특례법'상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법무부는 이밖에 최저자본금제도 폐지, 주주총회 절차 간소화, 온라인 주주총회 및 전자유가증권 도입 등 회사 설립ㆍ경영 관련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불법시위는 엄단=경영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는 적극 추진되는 반면 근로자들에 대한 압박강도는 한층 높아진다. 법무부는 최근 불법 노사분규 건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장기화ㆍ과격화됨에 따라 구속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판단에 따라 불법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관철하기로 했다. 회사 측의 고소ㆍ고발 여부와 관계없이 주동자와 배후자를 처벌하는 등 검찰권도 적극 행사할 방침이다. 또 불법파업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을 경우 민ㆍ형사재판을 동시에 진행해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영세점포 임대료 인상한도 축소=서민지원방안도 내놓았다. 경매 때 소액전세 임차인에 대한 우선변제금액 상한(1,600만원)을 6월부터 10~20% 올리고 영세점포 임대료 인상한도(연 12%)는 소폭 낮추기로 했다. 용어 설명 ◇포이즌 필(Poison Pill)=적대적 매수세력에게는 '독약처방'이라는 의미로 이사회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관에 독소조항을 삽입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사회 결의만으로 공개매수자 이외의 주주에게 신주를 대량으로 저가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차등의결권제도=우호주주에게 보통주보다 수십~수백배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일명 '황금주')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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