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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에타'로 또 불거진 교차상영 논란

"'피에타'보려 해도 상영관이 몇 개 없고 상영시간대도 띄엄띄엄."

" 지방은 상영관 찾기 어렵고 서울은 퐁당퐁당 상영(교차상영)에 황금 시간대 상영이 없어요."

9일 오전 베니스에서 날아든 낭보에 트위터가 들끓었다.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가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영화 '피에타'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진 때, 정작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흥행성 위주로 상영하는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서 '피에타'상영관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극장을 찾아도 한 관에서 연속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상영되는 교차상영인 경우가 많아 관객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물론 예매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에타'상영관 확대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멀티플렉스가 앞다퉈 상영관을 늘렸고 개봉 첫 주에 교차상영에 머물던 것도 연속 상영하거나 주요상영 시간대로 옮겨왔다. 그러나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만약 '피에타'가 그 어떤 결과물도 얻지 못했을 때를 상상하면 말이다.



비단 '피에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나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피에타'는 다행이지만 가뜩이나 주요 시간대 상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또 다른 저예산 영화들은 그나마 교차상영을 통해 이어가던 상영 기회마저 잃게 될 처지다. 대기업이 투자ㆍ배급하는 영화에 자본과 극장이 몰리고 저예산 영화들은 상영관이 없어 쩔쩔매는 안타까운 상황을 우리는 이렇게 또 한번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를 발족하고 올해 초에는 저예산 영화 최소 1주일 상영 보장을 골자로 한 협약식을 선포하는 등 대기업의 투자ㆍ제작ㆍ배급 수직계열화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고 현실은 답보상태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에 고질적인 문제 해결은 아직도 요원할 뿐이다. 한국 영화사 100년 만의 쾌거(김기덕 감독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를 비롯해 충무로가 다시금 활개를 펴는 지금이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독과점과 변칙상영(교차상영)문제에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상업영화와 저예산 영화가 공존하는 영화계를 위해 단순한 선언문을 넘어 강제력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할 때다. 진정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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