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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稅收부족 막으려면
입력2005-10-26 16:57:00
수정
2005.10.26 16:57:00
나라 살림살이의 재원인 세수가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여 정부가 과세자 비율을 높이는 등 세수 증대방안을 검토한다든가 세정 당국이 세금공세를 강화한다는 기사도 접하고 있다.
또한 올해 세수가 얼마나 부족할 것이며 실질적인 재정수지를 나타내는 ‘관리대상수지’가 앞으로 수년간은 매년 마이너스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국세행정에 몸담아오면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일’(여기에는 납세서비스, 세무조사, 체납세금 징수 포함)을 해온 사람으로서 세금을 걷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실감한다.
초임 사무관으로 부산 지역 세무서 과장으로 일할 때다. 체납정리 요원들이 자갈치시장 포장마차와 손님용 의자(소위 ‘빵의자’)를 아예 송두리째 세무서로 가져와서 왁자지껄한 것이 아닌가. 알아보니 해당 포장마차가 수차에 걸친 독촉에도 여러 건의 밀린 세금을 내지않자 고육지책으로 집중정리기간이라 압류를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체납세금 징수 독려를 위해 담당직원별로 실적을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던 터였다. 사정은 딱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직접 나서서 여러 차례로 세금을 나눠내기로 약속받고 압류물을 돌려줬지만 내심 영세상인에게 준 부담이 마음에 걸려 기회만 되면 그 포장마차에 들러 소비자 입장으로 소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어려움은 고소득자의 경우에도 많다. 교묘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려 고액의 세금을 피하려던 사람을 수개월간 집요하게 추적해 수년간에 걸친 사해행위 취소소송 끝에 세금을 받아내는 일도 많으며 세금을 받으러 출장 갔다가 납세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세수가 부족하면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의 강구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낭비되고 있는 곳은 없는지, 세금이 소요되는 정책의 우선순위는 합당한지 등에 대한 매우 꼼꼼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증세방안으로는 세율인상이나 세목 신설, 비과세ㆍ면세 범위의 축소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개인납세자건 법인납세자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소중한 자신의 소득, 즉 재산을 쪼개서 나라살림의 재원으로 내주는 것이 세금이며 그만큼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부담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적 합의가 있는 특별한 정책 목적을 위한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것이 증세이며 그러한 경우라도 최소화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이 낸 세금이 절대로 허비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절약할 생각을 하라’고 하지 않는가.
국민의 혈세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많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공공사업의 타당성ㆍ우선순위 분석과 함께 정부 주도 사업 추진 방식의 적합성 여부 검토, 정부 기능의 과감한 아웃소싱, 정부조직(재외공관 포함) 중 필요성이 덜하거나 중복적인 기능의 조정, 비효율적인 공조직과 공기업 분야에 대한 과감한 수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유사사업이나 불필요한 사업에 예산이 중복 또는 과다하게 투입되고 있는 부분의 시정 등 할 일이 허다하다.
또한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정부조직도 다시 한번 뒤돌아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부부처의 고위직 중심의 증설이나 정부조직과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위원회(대통령 직속 24개, 총리 산하 48개, 각부처 산하 수백개 등)를 정부조직과의 기능조정 등을 통해 일원화ㆍ슬림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어렵다고 한다. 거시지표는 나아진다고 발표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세금부담을 더욱 무겁게 할 여러 가지 법률안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돼있다(우리나라 전체 세수 중 재산 관련 세금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번째로 높다는 통계도 보도된 바 있다).
경제 여건이 어려운 시기에는 세금의 중과보다는 나라 살림살이의 씀씀이 줄이기에 더 많은 무게를 둬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는 건강 관리를 위해 군살 빼기(다이어트)를 하고 있지 않은가. 국가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돈 쓰임새를 철저히 없애나가는 것이 나라가 건강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지금이 바로 그러할 시점이다.
끝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한 납세로 우리 국민경제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국민ㆍ납세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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