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기타 공공기관' 가운데 부채가 많은 기관을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 경영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권한을 부실기업 경영을 관리하는 '주채권은행'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따른 부채 문제가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과다부채의 늪에 빠진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ㆍ감독의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의 과다부채 해소와 방만경영 개선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혁신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수출입은행ㆍ정책금융공사ㆍ한국투자공사ㆍ강원랜드 등 주요 기타 공공기관을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 경영평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기관장 평가가 사라지면서 기타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데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187개 기타 공공기관들은 기관 평가를 받지 않고 기관장 평가만을 받아왔는데 내년부터 기관장 평가가 사라지면서 정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기관장 평가가 사라지는 것은 정부 공공기관합리화 정책의 일환이다. 기관장 평가 자체는 없어지고 기관 평가에 통합해 3년에 한번씩만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크게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로 나뉘어 매년 실시되는데 기관들이 매년 이를 준비하느라 경영효율이 저하되자 정부가 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새 정책의 취지 자체는 좋으나 기타 공공기관이 완전히 경영 평가에서 해방되는 어부지리를 얻어 자칫 방만경영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고용세습ㆍ과잉복지 등 논란이 일어난 곳의 상당수가 기타 공공기관"이라며 "이들 기관을 경영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공운위가 공공기관 방만경영에 대해 해당 기관이나 주무부처로부터 관련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은행 차입이 많은 기업의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주채권은행처럼 공공기관의 재무상태를 감시하고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을 공운위에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또 방만경영과 관계없이 정부의 국책사업을 떠맡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공운위의 공공기관 투자에 대한 타당성 심층평가를 허용할 계획이다.
방만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온 성과급 제도도 수술한다. 과잉복지를 없애지 않거나 경영실적이 나쁜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을 없애는 것이 골자다.
올해 실적에 대해서는 내년도 평가에서 성과급을 일부 제한하고 내년도 실적을 평가하는 오는 2015년부터는 경영평가 결과가 미흡할 경우 성과급을 아예 없애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연봉의 30~40%에 달할 정도로 임직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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