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종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름을 딴 도로가 생겼다. 지난해 방한했을 때 교황께서 지나갔던 길이다. 한적한 시골길 옆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념하는 표지판과 '평화정(平和亭)'이라는 정자도 함께 만들어졌다. 인자한 미소와 소탈한 자세로 '평화'를 전해주신 교황을 생각하면서 그 길을 걸어보고 정자에도 앉아보면 좋겠다.
문득 지난해 교황이 방한하셨을 때가 떠오른다. 교황이 집전하시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성당에서 추첨을 했는데 당첨이 됐다. 새벽4시에 집을 나서 정오가 다 돼 미사가 끝났지만 미사 시간은 마치 순간처럼 짧게만 느껴졌다. 소박하지만 간결한 말씀이 감동적이었고 잔잔한 울림이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았다.
특히 대중과 격의 없이 소통하시던 교황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야말로 교황이 몸소 보여주신 소통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분은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삶의 모습으로도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교황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참회 예절을 집전하고 60여 사제와 함께 평신도들의 고해를 듣기로 돼 있었다. 의전 담당 사제가 교황을 비어 있는 고해소로 안내했다. 그러나 교황은 자신이 먼저 일반 사제 앞에 무릎을 꿇고 죄를 고해했다. 교황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고해성사를 본 것은 처음 있었던 일로 무척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15만명의 군중이 교황의 강론을 듣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했을 때도 그랬다. 수많은 사람이 교황을 응시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아이가 단상에 뛰어올라 교황의 목에 건 십자가에 입맞춤도 하고 다리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때 교황은 너그러운 미소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참된 권력은 '섬김'이라면서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섬겨야 한다는 평소 말씀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교황의 모습을 곱씹어 생각해보는 까닭은 소통의 리더십을 배우고자 함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우리 회사는 무엇보다도 소통이 중요하다. 직원 간에 원활한 소통의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지역주민이나 국민과의 소통도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우리 회사는 원자력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하다. 자유분방하게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장이 직원들과 식사할 일이 있거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는 일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한 번은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면서 사장과 사진을 찍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런 일을 경험하면서 직원들을 다독이고 대화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직원들과 경영진이 몸을 부대끼며 스킨십을 늘려나갈 때 서로 간의 신뢰가 두터워지고 회사 일도 더 잘되지 않겠는가. 이 같은 소통이 확산되면 사내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문화는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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