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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부의 상징이었는데…

■ 러브미 투게더

재고 증가·소비 감소… 생산 줄이면 식량안보 타격


과거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쌀의 위상이 재고 증가와 소비 감소 등의 이유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970년에는 1인당 연간 136.4㎏을 먹었으나 1998년에는 소비량 100㎏ 벽이 허물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65.1㎏까지 감소했다.

일제 강점기 쌀밥 한 공기는 꿈에 그리던 소원이었다. 일제의 수탈로 농사를 지어도 든든히 끼니를 해결하기는커녕 풀뿌리·나무껍질 등 음식이라 말할 수 없는 것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던 시절에는 흰 쌀은 귀하디귀한 존재였다. 1950년대 6·25전쟁 직후 한국을 덮친 굶주림 속에 쌀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실컷 먹고 죽어봤으면 한이 없겠다"는 말을 온 국민이 입버릇처럼 되뇌던 시절이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 '식량 증산 7개년 계획'을 세우고 황무지를 개간했지만 여전히 쌀 생산량이 부족해 쌀밥 먹기는 힘들었다. 정부는 당대 스타를 등장시켜 공익광고 캠페인 방식으로 보리 등 여러 잡곡을 쌀에 섞어 먹는 혼식, 빵 등 밀가루로 만든 분식을 적극 권장했다.

쌀 부족 문제는 다수확 품종 '통일벼'가 개발되고 난 뒤부터 해결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393만톤이던 쌀 생산량은 이듬해 통일벼 품종 개발 이후 600만톤을 돌파했다. 1980년대 이르러 마침내 쌀밥에 맺힌 한국인들의 한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3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남아도는 쌀에 대해 고민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소비량이 급감하는 이유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외식 및 대체식품 수요 증가로 풀이된다.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젊은 층의 쌀 외면도 한몫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벼 작황이 좋아 올해 쌀 자급률이 5년 만에 최고인 9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쌀 공급과잉 현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인 2015년 양곡연도 쌀 자급률을 잠정 추산한 결과 97%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국내 쌀 소비량의 9%인 의무수입 물량까지 더하면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6% 정도 많아 쌀이 남아돌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쌀 생산을 줄이면 식량 안보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달 초 영국의 경제정보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2015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 따르면 한국은 74.8점(100점 만점)으로 109개 국가 중 26위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관계기관은 각종 캠페인과 쌀 관련 제품 개발 등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하는 각종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거나 소비자의 관심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포만감에서 맛, 건강 기능성으로 옮겨감에 따라 성장기에 도움을 주는 '키 크는 쌀', 칼슘·철분 등 한국인이 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미네랄 쌀' 등 다양한 종류의 쌀 품종 개발에 골몰하는 등 질적 진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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