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정책과 법안 가운데 시장원리를 무시한 경우가 있다. 결국 시장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정책 추진이 표류하는 경우가 많고 논란 끝에 실행했지만 부작용만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기존의 원칙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법안과 정책을 도입해 정책의 무게와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전월세 대란의 해법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를 올릴 때 5%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한 민주당은 전세기간 2년 후 2년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갱신권을 임차인에게 주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은 한나라당과 정부의 반대로 추진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해 전세 물량 자체를 축소시킨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부동산 가격이 장기 안정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세제도의 수명이 다해가는 상황을 억지로 되돌린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한나라당 서민특위가 추진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을 악으로 규정했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기존 법률에서 실제 손해비용을 배상하도록 한 원칙을 위반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기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송이 길게 지연되며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 법은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도 반대가 있어 논의가 표류되고 있다.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시한 이익공유제는 민주당에서조차 "활빈당처럼 대기업 것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주는 것은 옳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김영환 국회지식경제위원장)"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대가 인다. 대ㆍ중소기업 상생은 필요하지만 억지 춘향 식으로 추진한다면 장기적인 성공을 가져올 수 없다는 비판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금리를 인하하는 법은 당장 대학생들과 학부모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자금 상환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국가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구조조정이 필요한 일부 대학, 등록금을 쌓아놓고 방만한 경영을 하는 대학에 또다시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됐다. 반면 공정한 조세를 위해 추진하던 세무검증제는 정치권의 힘으로 상당 부분 무력화된 채 국회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변호사ㆍ의사ㆍ예식업자 등으로 한정했던 업종을 전체로 확대했고 소득 대상도 5억원에서 최고 30억원으로 높여잡았다. 봉급쟁이에 비해 세금탈루율이 높은 자영업 직종의 탈세를 사전에 막자는 취지였지만 이익단체의 강력한 로비에 막힌 것이다. 그나마 법조인이 중심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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