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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성장엔진을 켜라] <2> 막힌 혈관 뚫으려면

유상증자 2년새 64%↓… 대표주 늘려 자금조달 기능 되살려야<br>"상장해도 제 가치 못받는다" IPO도 81%나 줄어들어<br>신기술 벤처 진입 문턱 낮추고 우량기업 금융감독 완화 등 활력 불어넣는 당근책 시급


"유상증자요? 코스닥 기업이 하면 죄인 취급 받아요."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주가급락을 경험한 코스닥 상장 C사의 대표는 요즘도 자금마련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그는 "생산시설 증설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이후 주가만 하락하고 유상증자 발행가액도 낮게 설정돼 원하는 만큼 자금을 얻지도 못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스닥시장이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유상증자는 물론이고 기업공개(IPO)도 크게 줄면서 증시를 통한 자금수혈이 눈에 띄게 줄어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직접금융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표주들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신기술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고 금융감독도 기업별로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코스닥 유상증자 4,300억원 그쳐=중소ㆍ중견기업이 증시에 상장해 신뢰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길은 점점 막히고 있다.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은 직접금융시장을 이용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지만 투자자들은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유상증자 발행액은 2010년 1조2,238억원(100건)에서 2011년 6,063억원(44건), 지난해는 4,387억원(29건)으로 2년 새 64.1%나 급격히 줄었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가 줄어드는 게 코스닥시장의 저평가가 지속되면서 상장 기업의 재무구조가 불안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망 산업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코스닥시장과 개별기업의 주가 출렁임이 커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기업이 유상증자를 시도하면 '자회사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재무구조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부터 받기 일쑤"라며 "자연스레 기업들이 알아서 눈치를 보며 새로운 사업보다는 '현재 사업이나 잘하자'며 제자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자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ㆍ교환사채(EB) 등 이자비용이 드는 주식 관련 사채 발행을 통해 수혈을 받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CBㆍBWㆍEB의 발행금액은 1,943억원으로 2011년(1,189억원)보다 63.4%나 급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주식 관련 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8,180억원으로 2011년(1조2,977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병철 한국거래소 코스닥매매제도 팀장은 "코스닥기업들이 주가가 안 오르고 유상증자도 안 되는 상황이어서 주식 관련 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PO 자금조달 2년 새 81% 급감=코스닥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이 떨어지며 매력을 상실하자 상장하려는 기업들도 줄고 있다. 시장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 힘들고 상장 후 공시부담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건수는 지난해 20건으로 2011년(54건), 2010년(75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공모자금도 2010년 1조3,653억원, 2011년 1조796억원에서 지난해 2,605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81%나 급감했다.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기업가치에 못 미쳐 공모를 철회하거나 공모가를 낮춰 다시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속출했다. 모다정보통신은 지난해 7월 희망 공모가(1만500~1만2,000원)에 110만주를 상장시킬 예정이었지만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자 상장을 미뤘다. 모다정보통신은 한 달 뒤 7,000원으로 공모가를 낮추고 상장 주식도 70만주로 줄인 후에야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IPO를 통해 최대 13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결국 49억원에 그친 셈이다. 포스코특수강ㆍ삼보이앤씨ㆍ삼목강업도 기관들이 수요예측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자금조달에 실패한 채 코스닥시장 입성을 미루기도 했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자금조달을 위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은 경기불황과 증시침체에 공모가를 낮춰 들어와야 하고 자금이 넉넉한 기업들은 자금조달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시장에 상장해 주식을 나눌 이유를 못 느끼고 있다"며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려면 경기가 좋아져 전체 증시와 코스닥시장에 입성을 노리는 기업들의 실적이 동시에 살아나야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 받고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표주자 늘리고 금융감독도 차별화해야=전문가들은 코스닥이 직접금융시장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표주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새 얼굴들도 지속적으로 발굴, 상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량 기업의 금융감독도 차별화하는 등의 적극적 유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학계 관계자는 "실적 등 외형보다는 기업 성장가치를 중시하고 신기술 보유 회사의 경우 증시 내 자금조달로 커갈 수 있는 벤처생태계를 코스닥시장에 구축해야 한다"며 "코스닥시장을 통해 성장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 정부의 지혜가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 코스닥기업의 관계자도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해 자금조달이라는 제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성장 기업에 대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한을 면제해주거나 특례법률상 특혜를 주는 등 당근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닥 탈출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감독 당국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보기술(IT)버블 붕괴→잇단 횡령 사고→신뢰성 추락→대표 종목 이탈'이라는 악순환이 감독 강화로 이어지면서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은 상장 부담만 늘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내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사와 비우량사 등으로 나눠 검사 강도를 달리하는 등 금융감독 당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코스닥회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코스닥시장이 자금조달이라는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다른 제도 개선보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회사에 따른 차별적 증권신고서 검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관리종목이나 적자 회사 등에 대해서는 감독을 강화해야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고 기업가치가 확실한 곳에 대해서는 검사 강도를 낮추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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