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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뜬구름만 잡은 오바마 국정연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의회 국정연설을 계기로 다시 지지율을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연설과 비교해서 내용상 큰 변화는 없었지만 그는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과의 초당적 협력과 미국의 단결을 호소하며 특유의 연설력을 뽐내 다시 한 번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는 미국이 '스푸트니크 순간'을 맞이했다며 글로벌 경제의 리더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프라와 교육, 혁신 기술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 전략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를 위한 공공분야 투자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시에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공공지출 삭감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방만한 재정집행 방지를 최우선으로 삼는 공화당원들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공공분야 투자와 재정지출 감축이라는 상반된 내용을 연설에 녹아내 효과적으로 양당의원들을 공략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진정으로 공공지출 삭감의 필요성을 말한 것일까. 이번 연설을 듣고 있노라면 이에 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공공투자가 늘어나면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더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증세 조치를 단행해야 하는데 그는 이런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또 재정건전화 달성을 위한 세부방침을 밝히는 데도 두루뭉술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대통령 산하 재정위원회가 재정건전화 계획을 만들었다는 사실만 간단히 언급했을 뿐 언제 계획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할 지에 대해서는 입을 떼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위기 의식을 불어넣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투자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식과 장기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무엇 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다.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도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명심해야 할 것은 오는 2012년 대선까지 남은 2년 동안 금융시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느긋한 행보를 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시장이 더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참지 못하고 정치적 결단을 요구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행동에 나설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좀 더 일찍 행동에 나섰어야 한다며 뒤늦게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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