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70년대 발표된 ‘미래쇼크’에서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충격적인 미래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했다. 전 세계 물결 신드롬을 끌고 왔던 ‘제3의물결’에선 전작 ‘미래쇼크’에서 예측한 미래를 지식혁명과 문명 비판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묘사했다. 농업혁명(제1의물결)과 산업혁명(제2물결)에 이어 지식혁명의 시대를 비유하는 제3의 물결은 현대를 상징하는 최고 수식어로 자리잡았다. ‘제3의물결’에 이어 발표된 ‘권력이동’은 지식혁명이라는 새로운 질서 아래 폭력, 부, 지식, 권력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10년 주기로 역작을 쏟아냈던 토플러는 21세기 사회를 진단하는 도구로 이번엔 ‘부(富)’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책들이 지식 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 속에서 벌어질 충격적인 미래와 각 사회 부문의 권력 구조의 변화를 설명했다면 이 책 ‘부의 미래’는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새롭게 창출되는 부의 시스템이 어떤 뼈대를 바탕으로 하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미래 부 창출 요인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시간, 공간, 지식을 제안한다. 토플러는 현대 세계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ㆍ정치ㆍ경제ㆍ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속도 차이, 즉 ‘시간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사회 제도ㆍ정책 등이 경제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부의 혁명적인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부란 돈과 같은 유형자산 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부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공간이라는 개념도 부의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세계화로 인해 인류의 경제적 활동 공간의 범위는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고 고부가가치 창출 장소도 국경의 장벽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순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미래 철학 핵심 개념인 지식은 부를 재단하는 데도 여전히 중요한 잣대로 쓰인다. 그는 ‘쓸모없는’이란 뜻을 지닌 ‘obsolete’와 지식을 뜻하는 ‘knowledge’를 합성해 ‘무용지식(obsoledge)’이라는 신조어를 제안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지식들이 점점 진부한 것으로 전락해 더 이상 지식이 아닌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를 설명하는 세가지 도구를 제안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각 나라의 경제ㆍ사회 현상 속에서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조명하고 있다. 10부 ‘지각변동’이란 장에서 그는 중국과 일본, 한국, 유럽, 미국에서 벌어지는 부의 변화에 대해 자신만의 전망을 펼친다. 한반도에서 그가 주목하고 있는 개념은 남ㆍ북한의 시간 충돌이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제1물결과 제2물결을 거쳐 지식사회인 제3의물결 위에 올라탔지만 북한은 아직 두번째 물결에도 안착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외교 문제에서 이 같은 시간 충돌은 더욱 두드러진다. 시간 지연 작전을 내세우는 북한의 외교 정책과 한국의 속도 지상주의 문화 사이의 모순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따라 한국은 물론 북한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가 미래 세계의 부를 지배하게 될 지역으로 꼽은 중국의 경우, 공간이란 틀이 중요한 분석 수단이다. 제2의물결과 제3의물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중국은 13억 거대 시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 덕택에 미래 세계 부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의 걸출한 입담은 이 책에서 여전히 빛을 발한다. 물리학ㆍ의학ㆍ과학 영역에서부터 경제학ㆍ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지식은 미래 세계 부의 흐름을 엿보는 여행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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