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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조건과 미국의 「음모설」(사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자금지원 조건협상이 타결, 양해각서가 교환됐다. 굴욕적인 협상끝에 굴욕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IMF가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선을 훨씬 넘는 조건도 포함되었다.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간 것이다. IMF가 전방에 나섰을 뿐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배후에서 입김을 불어넣어 철저하게 속셈이 있는 실리를 챙겼다. 협상과정의 우여곡절을 거듭한 배경에서 미국이 배후에서 협상을 설계하고 지휘한 흔적을 역력히 읽을 수 있다. IMF실무진과 타협이 되었다가도 서울에 파견된 미국과 일본 관리들의 압력으로 깨지고 강도 높고 무리한 새 요구가 거듭 추가 제시됐다. 끝내는 미국이 그동안 통상·금융협상때마다 요구하며 눈독을 들여왔던 금융시장 조기개방, 외국인의 은행인수합병 허용 등을 일거에 관철했다. 심지어는 재벌해체를 의미하는 조건까지 강요했다. 일본도 자금지원을 조건으로 수입선 다변화정책 폐지를 요구, 관철했다. 미국의 의도에는 한국의 은행 사냥을 통한 금융지배와 재벌해체를 통한 산업지배의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경제를 무력화시켜 경쟁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겠다는 강자의 검은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재벌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폐지, 연결재무제표 도입, 소액주주 권한강화, 오너독주 제동, 내부거래 규제강화 등은 언뜻 우리 정부의 재벌정책과 맥을 같이해 보이나 속셈은 재벌 죽이기의 수순이다. 재벌해체는 세계시장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의 약화를 의미한다. 비교적 국제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반도체 조선산업의 성장맥을 차단하려는 노림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개방은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헐 값으로 기업을 사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은행 M&A허용은 미국 자본의 은행사냥의 문을 터놓는 것으로 곧 금융지배와 통한다. 금융지배는 기업지배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한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의 목을 조이고 한국경제를 미국의 입맛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IMF를 앞세워 협상을 지연시키며 한국의 현실에도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켰다. 바로 미국의 「음모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IMF는 다른 나라에는 요구하지 않았던 조건을 덧붙였다. 금융실명제 유지, 노동시장 유연성, 수입선 다변화 폐지, 통화관리지표의 국내신용(DC)부활등 구조조정과 별 관계도 없고 한국현실에도 맞지않는 무리한 조건 등을 강요했다. 이같은 이행조건들이 한국 경제에 약일까, 독일까. 한국경제를 치유할 약이기보다 독으로 작용, 한국경제를 더 심한 곤경에 빠뜨리게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학자 전문가 언론들도 약이 되기보다는 해악이 더 클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과 순리를 무시한 가혹스런 요구조건은 경제기반까지 흔들어 침체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침체는 미국이나 일본에도 득이 될 게 없다. 오히려 피해의 부메랑이 될 것이다. 감당하기 어렵고 여유없는 극약처방은 국민정서를 해치고 저항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국민적 저항에 의해 이행이 중단되는 것은 처음부터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정부의 협상능력에도 문제는 없지않다. 다음 정부에서 재협상할 수 있는 길은 터놓아야 한다. IMF가 현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면 다음 새 정부의 새로운 신뢰를 바탕으로 수정할 것은 수정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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