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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U 끌어안기 통했다… G7 중 미국·일본만 남아

"AIIB 의사결정 때 거부권 포기"

미 "지배구조 불투명" 비난에 中, 유럽 국가에 당근책 꺼내

달러 권력 남용 미국 역공도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의사결정 때 행사할 수 있는 거부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AIIB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비난하는 미국이 17%에 불과한 지분율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역으로 공격한 것이다. 아울러 캐나다까지 AIIB 동참을 검토하면서 주요7개국(G7) 가운데 미가입 국가로는 미국ㆍ일본만 남게 됐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몇 주간 AIIB 내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이 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 가입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달러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불만을 활용해 명분 싸움에서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의 지분율이 각각 17.69%, 17.21%(투표권은 각각 16.75%, 16.28%)에 불과한데도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자국 힘만으로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 더구나 국제사회가 지난 2010년 IMF 자본금을 2배로 증액하고 신흥국 쿼터를 늘리는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미국의 거부권을 인정했음에도 미 의회는 출자금액이 증가하는 반면 투표권이 소폭 줄어든다는 이유로 5년째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또 IMF와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각각 유럽·미국·일본이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서방국가에 눈에 보이는 당근도 제시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AIIB가 국제적인 운용규범을 추구하고 이들 국가의 기업이 AIIB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이 비난하는 투명성 및 신뢰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세계은행 퇴직자들도 적극 영입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중국이 장기 게임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며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참여할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동맹국들마저 속속 가세하면서 AIIB를 둘러싼 주요2개국(G2) 간 전쟁은 중국의 승리로 굳어지고 있다. 진리췬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은 전날 한국·호주 등을 포함해 신청마감인 오는 31일까지 최소 35개국이 AIIB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최대 교역국인 미국의 눈치를 보던 캐나다마저 입장을 바꿔 AIIB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물론 중국은 거부권이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AIIB를 지배하며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WSJ에 따르면 AIIB 협상 당사자들은 투표권 분배 방안 중 하나로 아시아 회원국 약 27개국이 지분의 75%를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 나눠 갖고 나머지 25%는 아시아 외 회원국이 보유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미국은 IMFㆍ세계은행처럼 회원국에서 파견한 상임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을 감독하는 방안을 압박하지만 중국은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대신 이사진을 중국 정부 관리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이달 말 카자흐스탄에서 창립 회원국들과 AIIB의 지배구조와 이사진을 결정하기 위한 공식 모임을 열어 6월까지 설립 협정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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