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최근 2년간 풀린 16조원의 토지보상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ㆍSH공사ㆍ경기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4개 공사가 택지개발사업과 재개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행한 토지보상비는 8조5,000억원, 올해 지출될 예정이거나 지출된 보상예산은 7조3,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4개 공사가 이전에 집행했던 연간 예산의 합계가 2조~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 4배나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이 한꺼번에 현찰로 풀리면서 주변 주택 및 토지에 재투자돼 인근지역 부동산 가격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보상이 이뤄진 용인 동백, 동탄, 흥덕지구로 인해 용인 지역 전답 가격이 크게 올랐다. 용인 흥덕지구 인근 두진부동산의 황인규 사장은 “토지보상비를 받은 사람들은 금융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토지나 주택 등에 대한 재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보상을 받은 용인 흥덕지구 지주들은 인근 전답 및 아파트 등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용인 흥덕지구뿐 아니라 용인 동백, 화성 동탄지구에서 몰린 대토 수요로 인해 용인시 남사면ㆍ댁암면ㆍ이동면 일대 전답은 평당 10만원선에서 30만원까지 올랐다. 주택공사의 경우 지난해 파주 운정1지구, 성남 판교, 오산 세교, 아산 배방 등 굵직한 택지사업이 몰리면서 보상비가 5조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토지공사는 판교, 화성 동탄, 용인 죽전ㆍ동백지구의 택지사업으로 2조2,814억원을 지출, 2년 전(2002년 1,231억원)보다 토지보상비가 무려 20배 증가했다. 앞으로 지급될 토지보상금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주공은 올해 그린벨트 내 국민임대지구, 파주 운정2지구, 광명 역세권 개발 등을 위해 3조원을 풀 예정이다. 토공은 화성 청계, 남양주 별내 등에서 1조원을 토지보상비로 내놓는다. 내년 이후에도 이의 신도시 3조원, 행정도시 4조5,000억원 등 굵직한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보상비 지출이 기다리고 있는데다 수도권 택지개발사업도 계속될 예정이어서 토지보상비는 계속 부동산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는 올해 은평 뉴타운, 강일 등 24개 지구에서 2조7,564억원을 보상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1조3,800억원)의 배가 넘는다. 경기개발공사 역시 파주 LCD단지와 택지사업을 위해 지난 2003년 1,500억원, 지난해 1,000억원, 올해 5,300억원의 토지보상비를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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