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렇게 소모적인 실랑이가 장기화하면 전기요금 인상의 기대효과가 반감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도 전력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기려면 절전 외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고 요금인상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거기에 있다. 전력 과소비를 요금인상을 통해 억누르는 방법이다. 여름과 겨울 피크철에 맞춰 요금을 조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전이 평행선을 달리며 시간을 질질 끌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번 여름 요금인상의 절박성과 전력대란에 대한 위기의식이 제대로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한전 이사회가 첫 인상안을 의결한 것이 4월이니 지난 3개월 동안 허송세월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권말 누수현상으로 비칠 소지까지 있다. 지난해 4월(4.9%)과 12월(4.5%) 두 차례 인상할 때는 한전 이사회 의결에서부터 정부의 최종 승인까지 한 달도 채 안 걸렸다.
정부와 한전 양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해마다 2조~3조원씩 적자를 보는 구조에서 요금 현실화는 한전에 시급한 과제다. 전력과소비 억제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인상폭이 필요하다. 적자경영의 책임을 물어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까지 냈으니 한전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로서는 물가안정을 위해 민간제품 가격까지 억제하는 마당에 공기업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1년이란 단기간에 전력요금이 20% 넘게 오르면 국민생활과 산업의 부담이 크다. 한전 자체적으로 인상요인을 흡수할 여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제 결론을 낼 때가 됐다. 소모적인 줄다리기를 중단하고 한걸음씩 양보해 요금조정을 매듭지어야 한다. 서로 핑퐁게임을 계속하는 것으로 비치면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요금인상의 명분도 실익도 흐릿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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