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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새로운 '국책은행'이 필요없는 이유

관치·낙하산 논란 휩싸인 채 우리은행 가치만 곤두박질

시장발전 위해 매각 서둘러야


요즘처럼 우리나라 국책은행,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내공'이 형편없게 보인 적이 있었나 싶다. 특히 두 은행 모두 부실기업 처리 과정에서 체면을 구겼다. 산은은 STX팬오션을 하림에 팔아치웠지만 뒷말을 남겼고 동부그룹 구조조정 작업은 아예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은도 지난해 모뉴엘 사태로 직격탄을 맞더니 올 들어서는 상반기 내내 경남기업과 성동조선에 끌려다니는 모습뿐이었다.

여기에 뒤늦게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부실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동시에 채권은행이고 수은은 제공한 여신이 12조원이 넘는 최대 채권은행이다. 국책은행답게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 깔끔하게 매듭짓기는커녕 더욱 풀기 힘든 난제를 만나 허둥대고 있는 꼴이다.

행장 책임론이 불거지는 게 당연하다. 홍기택 산은 행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이 뭔가 힘 있게 밀어붙였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부실 기업의 실상을 파악하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는 수군댐만 가득하다.

결국 '낙하산 인사' 탓이라는 지적까지 등장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나 낙하산 맞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던 홍 행장은 취임 2년여가 지난 지금 금융권에서 '투명인간'으로 불린다고 한다. 은행은 보이는데 은행장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선 당시 '서금회'를 이끌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행장의 수은은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제도 도입 후 가장 낮은 'B'등급을 맞았다.

국책은행은 정부가 특별한 목적을 위해 특별법으로 만든 그 나라 금융산업의 핵심과 같은 존재다. 불행히도 최근 산은과 수은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찾을 길이 없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자꾸 한 시중은행에 눈길이 간다. '국책인 듯, 국책 아닌, 국책 같은' 우리은행이다.

지난달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의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시장에 다 알려진 '과점주주 분산매각 방식'을 새삼스럽게 꺼내면서 시기는 얘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팔아보겠다는 의지보다는 올해도 틀렸다는 속내가 더 드러나 보인다.

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과 우리종금 등 5개 금융사가 하나로 합쳐져 우리금융지주로 출범했던 것이 벌써 14년 전 일이다. 당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우리금융은 정부가 주인이다.



정부가 소유한 시중은행이라는 묘한 정체성은 십수년간 언제나 우리은행에 짐이고 멍에일 수밖에 없었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언제나 우리은행이 있었다. 관치의 주 무대가 돼버린 시중은행에 기업 가치를 올리라는 정부의 주문은 발목을 묶어 놓고 뛰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았다.

첫 민영화 시도 후 몇 차례의 블록세일 등으로 예보의 지분이 51%로 줄었지만 그 사이 주가는 3분의1로 떨어졌다. 지방은행과 증권 등을 분리 매각한 탓에 금융그룹의 위용이나 시너지 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자위의 발표 후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민영화가 차기 정부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내년에는 총선, 후년에는 대선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 전망된다.

그렇게 2년여를 또 보낸 후 우리은행의 주가가 9,000원선이라도 지키고 있을지 의문이다. 신한·KB·하나 등 금융그룹은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카드·보험 등 사업군을 더욱 다각화하며 일전의 채비를 마친 상황이다. 달랑 카드사 하나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우리은행이 같은 무대에 오르기에는 체급도 맞지 않고 승산도 없다. 우리은행은 하루라도 빨리 민간의 소유로 돌아와 전열을 정비하고 다른 금융그룹과 경쟁하며 금융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우리은행 매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모습을 한, 그러면서도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는 새로운 '국책은행'을 하나 더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박태준 금융부장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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