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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4.0 새 성장동력 찾아라] <6> 첨단·선진시장은 영원한 블루오션

고난도 토목·건축 경쟁력 키워 美·유럽으로 시장 넓혀야<br>중동·플랜트 중심으론 성장 한계… 설계분야·최첨단 공법 육성 절실<br>해외기업 M&A·민관협력도 강화… 실패 두려워 말고 중장기 접근을

공종 다변화가 우리 건설업계의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면서 기술집약적 토목공사나 건축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도로공사뿐 아니라 경전철 터널, 구조물, 배수펌프장 등 모든 공종을 맡아 시공하고 있는 카타르 도하 루사일고속도로 현장. /사진제공=현대건설


100층 높이의 마천루가 즐비한 카타르 도하의 중심상업지구에서 시작해 해안을 따라 펄카타르까지 5.8㎞에 걸쳐 들어서는 16차선 고속도로. 2만5,000여가구가 들어서는 루사일신도시와 도심을 잇는 루사일고속도로의 첫번째 구간으로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전망대가 들어설 100m 높이의 구조물과 고가차도 및 지하차도, 경전철 터널, 마이크로 터널, 변전소 및 배수 펌프장을 동시에 짓는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현장이다. 또 지면 아래로 3m만 파고 내려가도 바닷물이 샘솟는 연약지반으로 5.8㎞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구간임에도 사업비가 1조2,000억원에 달할 만큼 고난도ㆍ고부가가치 공사다.

허영천 현대건설 카타르 루사일고속도로 현장소장은 "여러 공종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과 함께 엔지니어링 역량까지 있어야 가능한 공사"라며 "이런 기술력을 갖춰야만 치열한 중동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능력 수준은 글로벌리더 건설사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공기준수 등 한국 기업 특유의 성실성을 더해 해외 발주처들이 더욱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플랜트 사업이나 단순토목·건축만으로는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호흐티에프ㆍ부이그 등 해외 대형 건설사들도 끊임없이 신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들은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ㆍ플랜트 중심의 사업구조를 적절히 이용해 단가를 낮추거나 경매입찰 방식 등으로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사업과 지역을 다각화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악순환 구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테크 토목·건축, FEED 역량 강화=국내 건설사들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개발형 민자사업 등 고부가 분야 진출은 물론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건축·토목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목 분야에서는 사장교·현수교 등 특수교량이나 연약지반 도로건설 등 하이테크 토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쌍용건설이 지난 2008년 수주해 공사 중인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좋은 예다. 이 공사는 총연장 1㎞에 불과한 왕복 10차선 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지만 공기는 56개월이나 되고 공사비도 일반 도로공사의 공사비(m당 약 8,000만원)의 10배가 넘는 m당 8억2,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불안정한 매립지 지하에 각종 최첨단 공법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공기도 길고 공사비도 비싸다.

이와 함께 건축 분야에서는 초고층 빌딩과 함께 기둥 없이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대공간 건축물(large enclosure)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플랜트에서는 기본설계 능력과 함께 연결설계(FEED) 분야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극적인 M&A와 정부 협조 필요=지역 다변화도 필수다. 여전히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특히 걸프만 연안국가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을 보면 중동 지역 수주 비중이 2011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60~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남미는 물론 몽골ㆍ인도네시아ㆍ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으로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 건설시장 진출은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들도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기업과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세계 1위 건설사인 독일의 호흐티에프는 호주의 레이턴, 미국의 터너 등을 인수하면서 해당 지역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정부와의 협력도 현재보다 긴밀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올해 초 민간 건설사들의 해외 민관협력 사업 확대를 정부의 해외원조자금을 이용해 지원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국내 업계와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M&A를 통한 시장확대는 국내 건설사가 참고할 만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실패도 경험,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2009년 완공한 세계 최고(最高) 빌딩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담당했다. 수주 당시 삼성물산은 '저가수주'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공사규모(1조원)에 비해 삼성물산의 수익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 빌딩을 완공한 뒤 '세계 최고 빌딩'을 지은 건설사라는 명예를 얻었다. 이후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 중인 높이 1㎞의 '킹덤타워' 프로젝트의 자문을 맡는 등 '초고층 빌딩 공사'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업계에서는 시장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 건설업체의 노력과 정부 지원 외에도 해외건설에 대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시장이나 사업을 위해서는 단기간 손해를 보거나 실패할 가능성도 감수해야 하는데 국내 환경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엔지니어링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옴니아라는 실패를 딛고 갤럭시라는 성공작을 만들어냈다"며 "단기간 실적에만 집중한다면 어떤 업체들도 신규 사업이나 시장에 대한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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