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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KB'를 위해 칼을 빼 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까. KB국민은행이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업무 강도를 강화한 임금피크제 개선안이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점에서 경영진 규탄 집회를 열어 "경영진이 노사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윤 회장 취임 이후 잔잔한 듯했던 국민은행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바로 임금피크제 개선안이다. 점포 인력이 점점 노후화되는 국민은행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윤 회장이 고안한 이번 임금피크제 개선안은 철저히 '일하는 KB'에 방점이 찍힌다.
기존에 직군 분류가 없던 임금피크제를 △55세부터 연봉 총액의 50%를 삭감하는 대신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일반 직무 △영업현장을 뛰며 성과급을 받는 마케팅 직무 △희망퇴직으로 세분화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에 자신이 있다면 마케팅 직무를 선택해 성과급을 받으며 임금피크제 전에 받았던 연봉을 챙겨갈 수 있다"며 "고령 직원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일하는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문제 삼은 것은 일반 직무 직군을 선택한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업무범위다. 지금까지 국민은행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여신사후관리 등 '후선 업무'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은 일반직무 직군 임금피크제 직원도 '일반직원과 동일한 업무수행'을 한다고 규정돼 있다. 노조는 특히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일반직무 직군에 출납 업무까지 포함시키는 등 업무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출납 업무는 은행 근무경력 30∼40년에 달하는 임금피크제 직원에게는 수치심을 줄 수밖에 없는 업무"라며 "당사자들에게 심한 모욕감을 줘 은행을 나가게 하려는 부도덕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반발과 달리 은행의 일반 직원들은 이번 임금피크제 개선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점포 인력이 너무 고령화됐고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차·과장급이 넘쳐 지점장 경쟁이 하늘의 별 따기다. 은행의 한 일반 직원은 "인력이 많은 대형 점포야 임금피크제 직원을 후선 업무 등으로 뺄 수 있겠지만 소형 점포는 결국 여러 업무를 함께 맡을 수밖에 없다"며 "선배들을 배려해달라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노조의 주장은 은행 현실을 너무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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