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연초부터 증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파생업무를 하는 국내 등록 증권사에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리스크관리' 관련 공문을 발송하고 위험 관리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적용 대상상품은 신용부도스와프(CDS)·신용연계채권(CLN)·토탈리턴스와프(TRS), 기타 구조화된 신용파생상품들이다. 이들 상품은 대개 기업의 부도 위험 등 신용을 담보로 거래된다.
금감원은 신용파생상품 거래를 할 때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거래 한도부여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물론 한도 부여시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문서를 구비할 것을 주문했다. 지급보증 성격의 신용파생상품거래시 자기자본이나 NCR 대비 적정규모인지 검토하고 레버리지 CDS 등 리스크가 큰 거래에 대해서는 증권사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거래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신용파생상품 관련 회계도 가능한 보수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최근 늘고 있는 증권사의 우발채무 동향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우발채무란 현재는 채무가 아니지만 장래에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채무로 확정될 수 있는 잠재적인 채무를 말한다. 최근 대형 및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시공사 대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보증을 서주고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면서 우발채무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발채무 총량이 느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부실 사업장에 보증을 선 경우가 있는지 건별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증권사들에도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외화부채에 대해서도 최근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외화 파생결합증권(DLS)발행을 통해 외화부채가 단시간에 급등해 조사했더니 아직 단기에 회수가 가능한 고유동성 부채로 나타났다"며 "증권사의 외화부채는 국내 전체 금융권의 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지속적으로 모티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주요 항목별로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올해 들어 NCR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돼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의 신용파생상품 잔액은 2012년 9월 말 33조510억원에서 2014년 9월 말 52조994억원으로 늘어났다. 우발채무는 같은 기간 10조7,086억원에서 17조4,926억원으로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는 3조1,85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4배에 달한다. 올해부터 NCR 규제가 완화되는데 신용파생상품이나 우발채무 등을 방치할 경우 증권사들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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