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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위원, ‘크레인농성’ 309일만에 풀어(종합)

각종 신기록 양산…국내 최장기간ㆍ이행강제금 3억원 육박, 해외언론 보도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50ㆍ여)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갖가지 진기록을 세웠다. 우선 높이 35m 크레인에서 무려 309일간이나 농성을 벌인 것은 국내에서 전무한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2003년 당시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사측과의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자 크레인 시위를 하다가 투신자살한 것은 129일만이고, 2009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철탑 위에서 로케트전기 해고 노동자들이 벌인 농성도 69일만에 끝났다. 김 위원은 또 지난 1월17일 법원의 퇴거명령을 어기고 크레인 점거농성을 계속하는 바람에 한진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이행 강제금이 3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국내에서 노사갈등과 관련해 개인이 타인(법인)의 시설물 점거로 물게 된 최고액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7월26일 서울발 인터넷 기사에서 “한국 여성이 크레인 꼭대기에서 200일째 농성중”이라며 김 위원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외국 방송이 시위를 벌이는 국내 노동계 인사 1명을 집중 조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김 위원의 고공농성은 외국인의 시각에서도 특별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중년 여성이 아찔한 크레인 위에서 홀로 10개월 이상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강한 의지도 한 몫 했지만 지상에 있는 응원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진보ㆍ노동단체와 야당 등이 참여한 ‘희망버스’ 원정대가 수차례 부산을 찾아 지지의사를 밝혔고,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응원 메시지도 끊이지 않았다. 음식물, 의류, 이불을 비롯한 생필품과 의약품 등이 지상에서 원활하게 공급됐고, 화장실을 대신해 쓰인 양동이도 수시로 오르내렸다. 안전과 최소한의 외부소통을 위해 휴대전화 배터리와 랜턴 전지 등이 공급됐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상담부장의 농성장 출입이 허용된 것도 김 위원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전신인 조선공사의 해고 노동자 출신인 김 위원은 지난해 12월15일 사측이 생산직 근로자 400명에 대한 해고계획서를 노조에 통보한 뒤 노사 갈등이 표면화되자 보름여 뒤인 지난 1월6일 오전 6시 기습적으로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김진숙 위원은 지난 1월 6일 크레인에 올라간 지 309일만인 이날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 김씨는 이날 노사의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무투표로 가결되자 오후 3시 20분께 그동안 농성을 벌인 영도조선소 3도크 옆 높이 35m의 85호 크레인에 내려왔다. 그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309일만에 사람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네”라며 활짝 웃었다. 노조는 이날 김 지도위원의 농성 해제에 맞춰 크레인 밑에서 간단한 환영행사를 열었다. 김 위원은 환영행사가 끝난 뒤 한진중공업 신관 앞에서 그동안의 농성과정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살아 내려올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여러분과 조합원에 대한 믿음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울먹이고 있던 배우 김여진씨 등과 얼싸안고 서로 위로했다. 그러나 김 위원 본인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거나 팔로 ‘하트’ 모양을 하는 등 시종일관 의연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찰은 김 위원이 소견발표 후 회사 문밖을 나설 때 이미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 신병을 확보했다. 김 위원은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건강진단을 위해 병원 구급차량을 타고 동아대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김 위원의 건강상태를 확인한후 몸 상태가 좋아지면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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