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40년이 넘은 한 대형 저축은행의 대표는 최근 기업체에 업계 최저치인 연 5.5%의 금리로 담보 대출을 내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예금 금리(3%), 예금 보험료(0.5%), 판매관리비만 따져도 조달 금리가 3.5%를 넘어서는데 여기에 자산 건전성 분류 해설서 도입 이래 '부실 징후 차주'가 늘어나 상당수 여신을 '요주의(2%)'로 쌓아야 해 사실상 역마진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는 돈과 직원들을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 수준의 대출 금리를 내걸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자의적인 자산 건전성 분류기준 해석으로 경영 건전성 비율이 하락해 극단적인 경우 영업정지 조처되는 상황을 미리 방지하고자 지난해 내놓은 '상호저축은행 자산 건전성 분류 해설서'가 충당금 부담으로 작용해 업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5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자산 건전성 분류 해설서에서 제시한 '부실 징후 차주'에 대한 범위가 넓고 명확하게 적시돼 기존까지 충당금 적립 기준이 정상(0.5%)이었던 차주들도 요주의(2%)로 쌓는 경우가 다량 발생해 순이익에 적신호가 켜졌다.
해설서는 저축은행이 6억원 초과 개인사업자에 대해 대출을 내줄 때 △3년 연속 당기순손실 △최근 결산일 기준 자본잠식 △금융기관 차입금이 연간 매출액을 초과할 경우 등을 부실 징후 여신으로 간주해 해당 요건에 충족될 경우 충당금 분류를 요주의로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출 이자가 정상적으로 들어오고 담보 가치가 확실하며 차주의 현금 창출 능력이 있음에도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면 충당금을 요주의로 쌓아야 해 업계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소재의 한 저축은행은 자산 건전성 분류 해설서 도입 이후 정상에서 요주의로 분류된 대출이 전체 여신의 25%(1,200억원)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충당금은 추후 환입될 여지가 있지만 전방위적인 저금리 환경에서 1.5%포인트 충당금 인상은 업계에서는 반갑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 최우량인 동부저축은행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61.6%를 연 5% 미만 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내주고 있다. 신안저축은행은 연 5% 미만 주택담보대출이 100%에 달하며 우리금융(98.22%), 하나(75.45%), 삼성(72%), 공평(70.15%), 현대(70.1%) 등 또한 높다.
저축은행 업계는 그 성격상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찾는 곳인 만큼 충당금 기준을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고 담보가 확실하고 이자 상환이 잘 되는 차주에 대해서는 충당금 분류를 완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50억원짜리 빌딩을 담보로 20억~30억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신규 사업자의 경우 매출은 10억원일 수 있는데 요주의로 분류해 추후 순이익에 압박이 될 경우 대출을 못 내줄 수도 있다"면서 "저축은행을 서민금융기관이라고 부르는데 서민에게 대출 내주는 것을 버겁게 만드는 현 상황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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