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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밖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엔저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0엔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부진한 3·4분기 GDP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일본의 GDP 성장률 발표와 함께 한때 달러당 117.05엔까지 떨어진 뒤 반등, 오후 4시30분 현재(한국시간) 115.87엔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17엔을 넘은 것은 지난 2007년 10월 이후 7년 1개월 만이다. 엔화 가치는 최근 3개월 동안 11.3%나 하락했고, 특히 지난달 30일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한 후 6%가량 떨어졌다.
IB들은 엔저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DP 성장률의 부진에 따라 내년으로 예상되던 소비세율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재정건전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BNP파리바가 내년 엔·달러 환율이 124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노무라증권이 120엔을 점치는 등 글로벌 은행들은 내년 엔·달러 환율을 117~124엔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환시장 종사자들 역시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17엔대에서 형성되고 BOJ의 추가 완화 조치 등이 나온다면 더욱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UFJ의 우치다 미노리는 "단기적으로 달러당 117엔에서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로 예상되고 있는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이 엔화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오가타 가즈히코 크레디트아그리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조기 총선도 엔화의 추가적 약세 요인"이라며 "아베노믹스를 지속한다는 전제 아래 증시는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시도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쓰이스미토모의 구레다 신지는 "지금의 나쁜 GDP 성장률 수치를 보면 일본 주식을 더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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