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ㆍ한화 등 대기업들이 태양광 발전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가격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공급과잉은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최근 이사회를 열어 오는 2013년 말까지 4,910억원을 투자해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S-OIL도 한국실리콘 지분 33.4%를 2,650억원에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한화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도 2013년까지 각각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폴리실리콘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태양광 수직계열화 등 여러 포석이 담겨 있다. 문제는 OCI 등 기존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에 신규 업체까지 가세하며 올해부터 폴리실리콘 시장이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폴리실리콘 수요는 17만4,100톤, 공급은 18만5,400톤으로 공급이 수요를 6.5%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솔라앤에너지는 또 2012년과 2013년에도 폴리실리콘 공급이 수요보다 각각 21.7%, 21.1%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폴리실리콘 가격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속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당 78.8달러까지 올랐던 폴리실리콘 값은 10일 57.8달러를 기록하며 고점 대비 26.6% 떨어졌다. 정호철 솔라앤에너지 이사는 "현재의 공급과잉 현상이 201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선두 업체와의 품질경쟁에서 뒤지고 원가부담도 높은 신규 업체들은 사업 진출 초기에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단기적 현상이며 아직 공급과잉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에는 태양광 발전 업체들이 태양전지와 모듈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다리며 제품 구입을 미뤄 폴리실리콘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하락했지만 재고 처리가 마무리되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제품 가격이 적정 가격 이하로 내려가야 공급과잉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제조원가는 ㎏당 30달러를 밑도는 반면 판매가격은 50달러를 넘고 있어 공급과잉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폴리실리콘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가 늘어나 시장이 커지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이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나인-나인급(순도 99.9999999%) 이상의 고순도 제품을 주력으로 삼을 계획인 점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보는 시각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립되고 있다"며 "문제는 공급과잉이 실제로 일어나고 장기화될 경우 이 시장에 늦게 뛰어든 국내 대기업들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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