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측에서 국회 설득에 나서고 있으나 청와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요청한 19개 법안을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여야 간 쟁점도 큰 탓에 오는 13일 본회의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야권에서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 파기를 주장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11일 주례회동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세월호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포기하되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유족 측을 3명 포함시키는 것에 합의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우윤근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저녁 세월호 특별법과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 민생·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 문제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새정치연합은 유가족 요구대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부여를 얻어내지 못한 것과 관련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며 여당에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한 양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은 "재협상은 있을 수 없고 증인 채택 문제도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섰다. 진상조사위의 활동기간과 관련해서도 여당은 '1년+6개월'을 주장한 반면 야당은 '1년+1년'을 요구했다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도 18~21일로 예정된 세월호 청문회를 놓고 이날 회동을 가졌으나 입씨름만 벌였다. 야당은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증인채택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 증인협상은 함께 논의될 문제"라며 증인 채택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정국 정상화에 대한 합의 자체를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비친 상태다. 5월2일 본회의 이후 하나도 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에서 민생·경제법안의 표류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단식농성 중인 유가족들은 사흘간 박 원내대표와 만나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앞서 유가족들은 전날 새정치연합 여의도 중앙당사를 항의 방문했고 대학생 10여명은 국회에 위치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을 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유족들에게 "특별검사보가 세월호 진상조사위와 업무협조를 할 수 있도록 했고 17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에 3명의 유가족 추천권을 보장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게 중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며 설득에 나섰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11일 의총을 앞두고 당내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도 주력했다.
박 원내대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권 내부에서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이날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재협상을 촉구했고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 역시 8일 트위터를 통해 재협상을 요구했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역시 여야 협상 파기를 주장한 상태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일부 인사들은 잇단 설화로 구설수에 오르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정해걸 전 의원은 8일 "기차 사고 사망자도 의사자로 넣거나 많은 돈을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고 안홍준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앞서 김태흠 의원은 농성 중인 유가족을 두고 "노숙자들이 하는 것처럼 줄 치고 옷 걸어놓고 그런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가 세월호 정국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청와대에서 조속 처리를 요청한 19개 법안을 비롯한 민생·경제법안 처리도 요원해지게 됐다. 19개 중 크루즈법·마리나항만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법사위 소위에 계류 중이지만 여전히 여야가 쟁점을 조율하고 있고 나머지 투자 활성화나 부동산 규제완화 관련 법안은 각 상임위에서 본격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 측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박기춘 국토교통위원장과 여당 의원들과 협의를 갖고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청하고 기획재정부도 윤호중 야당 간사 등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지만 세월호 정국에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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