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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여론 조사 '왜곡'과 '진실'

요즘 대선 관련 갖가지 여론조사가 난무한다. 신문이나 방송에 오르내리는 대선주자들의 인기도는 매일 춤추듯 변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또 다른 ‘누군가’가 혜성처럼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여론조사’라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의 여론조사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바람직한 여론조사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먼저 국민들마다 차기 대통령이 갖추기를 기대하는 능력이나 자질에 대한 ‘기대지평’은 다양하면서도 냉정하다. 정치, 외교적 능력, 국가 경제력 강화 능력, 안보에 대한 확실한 사고, 품위와 인격, 사회복지를 우선하는 철학, 경력의 투명성 등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능력이나 자질은 다양한데 이 중 어떤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판단이나 기준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고 조사 대상 인원 수 즉 샘플 사이즈를 크게 해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각 조사 항목마다 가중치를 둬 ‘평균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상(像)’을 만들고 누가 거기에 가장 근접한가를 발표한다면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둘째, 질문 방식과 ‘진실’의 근접성이다. 질문의 토씨 하나 차이로 천차만별의 응답이 나오는 것이 설문조사이다. ‘세금을 늘려 점심을 못 먹는 어린이를 도울 것인가’와 ‘당신의 세금을 10% 늘려 점심을 못 먹는 어린이를 도울 것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의 결과치는 적어도 30% 이상의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설문의 맹점을 이용해 자기에게 유리한 질문지를 만들고 그 결과를 공개해 득을 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언어는 불 속에서 널름거린다’는 말이 있듯 언어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그래서 설문지의 질문은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기술돼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TV 광고에 대해 ‘마음에 드는가’라고 단순히 묻기보다는 ‘광고카피ㆍ영상ㆍ음악 중에 당신 기억에 가장 깊이 남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식이다. 셋째, 여론조사를 ‘왜’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인기도를 측정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감을 정확히 알아보려는 것인지, 특정 후보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은 무엇이며 이것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하려는 것인지 등 조사기관 스스로 조사 목적을 뚜렷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다. 조사의 목적에 따라 질문도 달라지고 또한 결과도 사뭇 바뀔 수 있다. 설문 대상자 중 30%는 고정시켜두고 같은 조사를 시간대별로 한다면 아마도 현재 일반 대중이 어디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앞서 지적한 여러 문제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사 대상자에게도 조사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조사 대상자가 그 목적에 맞게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다섯 달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의 질문 방식들은 ‘현재 후보군’들 중 누가 더 인기가 있는가’ 하는 ‘흥미’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여론조사의 목적은 오히려 국민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이 같은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후보군’들 또한 이 조사를 통해 여론의 향방이 무엇 때문에 바뀌는가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어떤 덕목이 다른 사람보다 유리하고 또 어떤 것들이 부족한가를 이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여론의 숨은 뜻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 후일 허위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지난 대선 때의 ‘김대업 사건’은 여론의 무서움을 새삼 일깨워준 것이라 하겠다. 여론조사 결과를 민의(民意)의 지표로 잘 활용하는 것은 대선 전략을 세우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이 가진 덕목과 약점의 지층들을 파악한 뒤 국민의 마음 한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깊이 뿌리 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대전제’가 되는 것은 여론조사의 진실성과 정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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