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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6일] 노사정 대타협을 촉구하며
입력2009-12-25 17:09:46
수정
2009.12.25 17:09:46
지난 1998년 2월6일, 여의도의 한국노동연구원 10층 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사회협약'이 체결됐다. 1997년 겨울에 한국은 국가부도 사태를 선언하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IMF는 구제금융 지원의 대가로 기업 부문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했다. 이에 기업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게 됐으며 노동계는 스스로의 목을 치는 결단으로 정리해고를 수용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직권상정등 파행땐 위기 불보듯
외환위기의 상처는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 크게 남아있다. 이러한 국가부도 사태에 이른 근본적 원인은 바로 우리 스스로 개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6년 말의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서도 보이듯 한국 경제에 누적된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투기자금의 공격에 무력하게 당한 것이 외환위기의 본질이다.
IMF의 개혁 요구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킨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나 내부 동력으로 시작되지 못한 변화는 여러 잔재를 남겼다. 예를 들어 1998년 상반기에 IMF의 통상적 처방에 따른 고금리 정책으로 소위 한계기업들이 도산하고 대량실업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 시기의 고금리 정책은 기업 유동성을 줄여 능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폐업을 불러온 잘못된 것이었다.
12년이 지난 2009년 12월, 한국 사회는 다시 노사정의 합의 여부로 앞길이 좌우될 지경에 처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복수노조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사정 당사자 중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시행 준비가 부족했기에 사업 현장에서의 혼란도 클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대타협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현행법대로 실시하거나 직권 상정 등으로 파행이 일어날 경우, 이후의 악몽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노동법 관련사태가 현 상황에까지 이른 이유는 무엇인가. 당장은 지난 몇 달 동안 열렸던 노사정 6자회의의 지지부진, 지난 4일 3자합의 이후 이를 넘어선 한나라당의 개정안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시대적 상황에 맞는 합리적 대안보다는 노사정과 정치권이 각각의 이해만 추구하고 타협을 거부한 데서 찾아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좀비처럼 돼버린 노사정위원회를 활성화하고 한국노동연구원과 같은 연구기관을 적극 활용해 중립적ㆍ전문적 해법을 찾는 등 정부가 진정한 조정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제 노사정이 다시 모여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현대자동차도 15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을 타결하지 않았는가. 노사 상생의 원리로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동안의 합의성과를 존중해야 한다. 그간 합의된 내용에는 각 당사자 나름대로의 유불리와 조직들의 입장차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해야 한다.
노사정委 활성화로 대안 마련을
외부 경쟁환경은 냉엄하다. 경제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고용안정 및 일자리 창출, 생산성 증대, 경쟁력 제고 등을 해내야 하는 과업이 있다. 현행대로의 신 노동법 시행을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대안에 대한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연말까지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을 때 협상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소신은 노조설립의 자유와 노조 자립성이 원칙적으로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 주도로 한국 현실에 맞는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3자 합의안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또다시 역량 부족으로 타의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다. 이제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추운 연말에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낭보가 날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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