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내며 굵직한 투자자들을 모아온 대형 헤지펀드들마저 신용경색으로 손실을 냈고,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로부터의 자금상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을 내다 팔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지난 7월에 헤지펀드들은 평균 3%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하락률이 12%가 넘은 데 비하면 훨씬 나은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감 확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RCG캐피털 어드바이저의 경우 실적이 양호한 편이지만 몇몇 금융회사들이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자 다른 투자자들도 덩달아 총 1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 상환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케네스 필립스 RCG 펀드매니저는 "2년 전과는 달리 투자자들이 실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불안감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인 '펀드오브펀드'들이 헤지펀드에 상환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오브펀드들은 헤지펀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대신 투자금을 매월 상환할 수 있도록하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덕분에 펀드오브펀드들은 헤지펀드들의 실적이 부진해질 기미가 보이면 언제라도 털고 나갈 수 있게 됐다. 헤지펀드들로서는 펀드오브펀드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에 당장 싼 값에라도 보유자산을 팔아서 실적을 포장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도 헤지펀드에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AIG인베스트먼트의 로버트 디스콜로 헤지펀드 수석투자전략가는 "올해 시장에 진입한 신규투자자들은 베테랑 투자자들과 달리 올해 본 손실의 충격이 커서 장기적으로 투자금을 묻어두질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AIG의 경우 무턱대고 펀드 투자를 줄이지 않는 대신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을 놓치는 펀드에서 손을 뗀다"고 덧붙였다. WSJ는 수주 동안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헤지펀드 투자가 줄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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