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는 15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negative watch)'에 뒀다면서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내년 1ㆍ4분기 내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정치권의 벼랑 끝 대치가 미 투자자산에 대한 신인도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피치는 미국에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했지만 등급전망은 '부정적(negative)'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평사들은 부채한도 증액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2011년 8월보다 현재의 재정적자 수위가 더 양호하다는 점을 들어 경고 메시지를 자제한 채 사태를 관망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초읽기에 돌입하자 3대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처음으로 피치가 등급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 정치권의 공방으로 디폴트 위기가 점증되면서 미 단기국채시장은 이달 들어 금융위기 수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채에 대한 단기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월가 대형은행들이 이달 들어 단기국채 보유분의 절반 이상을 팔아 치우는 등 투자자들의 '단기국채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11월7일이 만기인 1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0.36%까지 오르며(국채 가격 하락)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차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게 국채시장의 통상적 상황이지만 현재 미 1개월물 수익률은 1년물보다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아울러 3일 이후 1개월물 국채 수익률이 9거래일 연속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1개월물을 웃돌아 단기국채금리와 시중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 미 국채가 외면되는 이 같은 상황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편 정치권의 협상은 공화당 주도의 미 하원이 민주ㆍ공화 상원 지도부 간 협상과는 별도의 법안을 마련하면서 한때 교착상태에 빠졌으나 공화당이 법안상정을 포기함에 따라 다시 상원 지도부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미 정가는 상원 지도부와 공화당 하원의 '물밑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데드라인'인 17일을 넘겨 이달 말까지 정치권의 협상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