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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김치파동 부른 '냄비행정'

엄마:학교 급식시간에 김치 먹지 마라. 딸:왜? 엄마:뉴스에서 봤지. 기생충 있는 김치가 많아서 배아플지 모르니까 조심해야돼. 딸:선생님은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하는데? 엄마:그래도 먹지마. 딸:근데 학교에서 왜 우리한테 기생충 있는 김치를 주는 거야?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기자는 아이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넌 한국사람이고 김치는 몸에 좋으니까 많이 먹으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아이에게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믿을 수 없으니 먹지 말라고 말하고 있으니. 온 나라가 김치 때문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검출됐다더니 이번에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이 나왔단다. 또 이틀 전에는 한국 김치도 기생충이 검출될 수 있으며 건강 생각해서 비싸게 주고 사먹던 국산 유기농 배추도 검출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다. 지난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때 전세계적으로 영양학적 효과를 인정받았던 김치가 하루아침에 ‘내 아이가 먹지 않았으면’하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현실이 답답하다. 이 같은 현실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정부의 식품안전에 관한 시스템이나 관련 법규가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보따리상의 암묵적인 허용, 수입검역시 안전성을 감시하는 인력 및 예산 부족, 식약청ㆍ해양수산부ㆍ농림부ㆍ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제각각 행정에 따른 책임소재 불분명, 문제가 된 수입업자에 대한 안일한 처리, 불합리한 원산지 표시제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과거 하루 세끼를 먹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데서 안전한 먹거리, 더 나아가 웰빙 먹거리에 대한 기대로 바뀌고 있는데 정부의 대처는 소비자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산을 무조건 수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당장 한중 무역마찰, 제2의 마늘파동 등이 거론되며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번 김치 파동을 계기로 한번 온 나라를 들끓게 하다 식어버리는 냄비식 행정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이고 책임감 있는, 그래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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