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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제조사 15% "1년새 지식재산 도둑 맞은 경험"

기업당 평균 피해 2.1건<br>75%는 소송 등 대응못해

철강업계 대기업 A사는 요즘 회사 분위기가 크게 나빠졌다. 경쟁사인 B사가 A사의 부품 원천기술을 빼내 각종 입찰사업에서 A사를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유출은 연구개발업무에 관여했던 김모 과장의 소행. 그는 올 초 A사의 기술을 빼낸 뒤 자취를 감춰버렸고 관련 기술을 B사에 거액을 받고 팔아 넘겼다. A사 임원은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라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나니 앞으로 누굴 믿고 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국내 상장 제조사의 15%가 최근 1년 새 지식재산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00개 상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4.7%가 ‘최근 1년간 핵심기술유출, 특허 침해, 디자인 도용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 기업의 지난 1년간 평균 피해건수는 2.1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피해유형으로는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이 51.0%로 가장 많았고 ‘기술특허 침해’(26.0%), ‘상표ㆍ디자인 도용’(23.0%)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23.8%), 정보통신(23.3%), 음식료(20.0%) 업종이 다섯 군데 중 한 군데 이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철강(16.7%), 섬유ㆍ의복(16.7%), 조선(14.3%), 기계(12.2%), 유화(6.8%) 등의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17.4%)의 피해가 중소기업(13.5%)보다 다소 많았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기술 유출이나 지재권 침해를 당해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 침해 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 법적 절차로 강력 대응한다’는 응답은 25.0%에 그친 반면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상대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답변은 75.0%나 됐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는 이유로는 ‘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도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을 받기 힘들어서’(44.4%),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22.2%) 등이 꼽혔다.

한편 최근 1년간 로열티를 지불한 적이 있는 기업은 11.7%인데 반해 로열티를 받아본 적이 있는 기업은 4.3%에 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이 외국에 지급한 로열티 총액은 43억800만달러인 반면 로열티로 벌어들인 금액은 20억5,300만달러로 22억5,5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산업스파이나 특허괴물을 통한 해외 경쟁기업들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 지식재산 관리전략과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대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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