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기술을 제품 공정에 도입하는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3D프린팅을 이용해 더욱 가볍게, 더욱 빠르게, 무엇보다도 더욱 값싸게 제품을 만들려는 치열한 기술경쟁의 막이 오른 것이며 미래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영국 엔진제조 업체 롤스로이스가 제트엔진 제작공정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사의 기술전략책임자인 헨너 바펜한스 박사는 "몇년 안에 3D프린팅을 부품생산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모양의 부품이든 원하는 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원재료를 깎고 다듬는 기존의 절삭가공이 아니라 입력한 이미지대로 재료를 분사해 입체를 만드는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 방식인 3D프린팅을 활용하면 부품을 현저히 경량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정시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재고품을 쌓아둬야 할 필요를 줄여 그만큼 유연한 제조환경을 구축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바펜한스 박사는 "특히 항공우주 분야의 경우 3D프린팅을 쓰면 주문 후 제작까지 18개월 걸리던 부품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이는 커다란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도 3D프린팅을 활용한 공정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E는 신형 제트엔진에 쓰일 8만5,000개 이상의 연료노즐을 3D프린터로 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GE는 지난해 미국의 3D프린터 전문업체 두 곳을 인수했다.
이 밖에 독일 지멘스·BMW 등 유수의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적층가공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응용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3D프린팅 기술 확산을 적극 촉진하고 있다. 미 국립표준기술원(NIST)은 적층가공 기술 연구 기업에 수백만달러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3D프린팅 전문 연구기관인 국립적층가공혁신연구소(NAMII)를 설립했다. 지난달 NAMII는 '아메리카 메이크스(America Makesㆍ미국이 만든다)'로 개칭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3의 산업혁명"으로 지목한 3D프린팅을 선점해 미래의 제조업 선도국가로 거듭나겠다는 표현인 셈이다. 컨설팅 업체인 홀러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적층가공 설비의 38%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일본(9.7%)·독일(9.4%)·중국(8.7%) 순이다.
이처럼 전세계 산업계 전반에서 3D프린팅붐이 일면서 시장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홀러스는 "글로벌 제조업 전체에서 3D프린팅을 통한 생산량은 현재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 내에 28.3%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였던 전세계 3D프린터 시장 규모는 오는 2017년 6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홀러스는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3D프린팅이 전통적 제조업 환경에 일대혁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가정·학교·공공기관 등 사회 전반에 구석구석 파고들어 소비행태까지 바꾸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2,000달러(약 214만원)대의 3D프린터가 등장하면서 가정과 공립학교에도 보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기업혁신기술부(BIS)는 최근 '제조업의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3D프린팅은 제작공정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거의 모든 분야의 제조업에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