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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82> 다시 새해

설날 연휴를 지나 맞는 월요일 아침.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마음먹은 일들을 다시 시작할 두 번째 기회가 왔습니다.

긴 설 연휴를 보내고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들. 꿀맛 같던 휴식이 눈 깜짝할 새 끝났다는 생각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달력 위 빨간 날의 본질이 ‘휴가’가 아니라는 점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설은 한 해의 첫날을 의미합니다. 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7세기에 나온 중국의 역사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서’와 ‘구당서’에는 신라와 관련해 “매년 정월 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음력을 기반으로 새해를 시작했으나 1896년을 기점으로 공식적으로 양력 체계를 따르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따라서 양력 1월 1일과 음력 1월 1일을 구분하기 위해 신정(新正), 구정(舊正)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구정이라는 단어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의 전통’을 핍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1989년 음력 설이 ‘설날’로 개칭되었습니다. 설날에 고루한 이미지를 씌우지 않는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어느덧 2월의 끝자락,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한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새해에는 꼭 지키리라 굳게 마음먹었던 일들이 의지를 잃어갈 때쯤 다시 새해가 돌아왔으니까요. 누군가는 좋은 핑곗거리라고 이야기할지라도 말입니다. 벌어진 일이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지만 벌어진 일이 그걸로 끝나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인생은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저마다 새하얀 도화지를 받아들고 오랜 고민 끝에 밑그림을 그리죠. 그리고 색을 칠합니다. 처음에 스케치한 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마다의 색깔을 칠해내곤 합니다. 잘못된 색을 선택했다면 그 위에 다른 색을 덧입히거나 아예 전체적인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성급한 붓질의 실수에 좌절할 필요가 없죠. 가까이서 보면 도저히 만회할 수 없어 보이더라도 몇 걸음 뒤에서는 분간도 잘 가지 않는 점일 뿐이니까요. 그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존재합니다.

양력으로 보면 한해의 6분의 1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연초 꼭 지키리라 마음먹었던 일 한 두 가지쯤은 다들 있으시겠죠. 다행히 굳은 마음으로 실천하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글렀구나 생각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습니다. 지금 새해 다짐을 지켜낼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약한 의지만 탓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닙니다. ‘새 것’은 긍정적인 이미지와 많이 결부되어 있습니다. 새로움은 곧 신선함, 희망, 설렘 등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새해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지금까지는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때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설이 막 지났습니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어도 괜찮은 순간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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