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보험사인 미국 AIG가 11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의 5배에 가까운 4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공개했다. AIG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0~11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자산 가치가 4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앞서 공개한 10억달러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CDS는 채권 발행업체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으로 AIG의 CDS 규모는 780억달러에 달한다. AIG는 "외부감사기관이 CDS 포트폴리오 가치산정의 '중대한 결함(material weakness)'을 발견했다"고 밝혀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 등과 관련해 AIG의 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피치가 AIG에 부여하고 있는 신용등급은 'AA'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AIG 경영진이 이번 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IG는 앞서 CDS 손실 규모를 발표하면서 "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 시장의 경고를 무시한 바 있다. AIG 파문을 계기로 다른 금융회사들도 부실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해 상각해야 할 자산규모가 4,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언, 시장을 경악시켰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추정지 1,500달러의 3배에 이르는 액수다. 월가의 비관적인 투자은행들조차 2,000억달러 정도로 추산한 것에 비교된다. 현재까지 집계된 서브프라임 총 손실은 겨우 1,200억달러. 금융회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회계 기준의 차이와 서브프라임 손실을 은폐하려는 금융권의 시도가 '서브프라임 몸통'을 가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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